2008년 5월 한국, 고삐없는 ‘인터넷 괴담’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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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된 내용이 확산되면서 사회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나도는 이른바 ‘인터넷 5대 괴담(怪談)’은 대부분 누리꾼(네티즌)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새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는 내용이어서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정부가 인터넷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인터넷 종량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잘못된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부인했다.

방통위는 “최근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종량제가 곧 추진돼 인터넷 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내용의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종량제 추진은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사실이 없으며 현재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방통위 당국자는 “인터넷 종량제 추진은 누리꾼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 이후 사회 일각에서 나오는 정부를 향한 공격의 연장선상에서 의도적으로 왜곡된 내용이 유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현 정부가 독도 포기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독도 포기 괴담’도 인터넷상에 나돌고 있다.

‘독도 포기 괴담’은 이달 4일 불특정 다수에게 ‘이명박이 현재 독도 포기 절차 중’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유포되며 인터넷을 벗어나 휴대전화 등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 당국자는 “말도 되지 않는 유언비어”라며 “현재 이 같은 잘못된 소문의 발원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광우병 괴담’ 가운데는 “정부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했다” “수돗물이나 공기로도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황당한 내용까지 유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삼봉 정도전의 숭례문 예언’이라는 황당무계한 괴담도 등장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핵심 참모였던 정도전이 “숭례문이 불타면 국운이 다한 것이니 피난을 가야 하며 나라는 쇠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근거 없는 일화를 들며 올해 2월의 숭례문 화재로 과거 임진왜란 한일강제합방 6·25전쟁 등과 같은 국가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밖에 현 정부가 물산업지원법 추진으로 수돗물 사업을 민영화하면 하루 물 값이 14만 원이 될 것이라든지,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건강보험을 민영화해 감기 치료비가 10만 원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소문도 확산됐다.

설사 이들 분야가 민영화된다고 하더라도 물 값이나 감기 치료비가 이처럼 오른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지만 그럴싸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 같은 괴담은 ‘광우병 만화’ ‘탄핵 송’ ‘수도요금 계산서’ ‘인터넷 요금 계산기’ 등의 파생 손수제작물(UCC)을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 내며 인터넷 포털,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의 흐름에 대해 ‘가상현실’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미국 미래학자 재런 러니어 씨가 2006년 인터넷을 통한 감성적 집단주의의 위험을 극단적 좌파나 우파, 마오이즘(마오쩌둥주의), 독일 나치즘 같은 집단주의 운동에 빗대 사용한 ‘디지털 마오이즘(Digital Maoism)’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인터넷 괴담 사례는 비이성적인 방법으로 사회나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확산시키는 디지털 마오이즘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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