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베트남 황성터, 한국 디지털기술로 영상 복원

  • 입력 2008년 4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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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채 남아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트남 후에 황성이 국내 기술에 의해 3차원(3D)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되살아났다.

후에 황성은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도읍인 베트남 중부의 고도(古都) 후에 시에 있는 도성. 목조건축물이 80여 채에 달할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으나 1940∼1960년대 인도차이나전쟁, 베트남전쟁을 거치며 건축물 70여 채가 파괴돼 몇몇 건축물만 폐허처럼 남아 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은 8일 “문화재청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7월부터 3D 디지털 스캔과 자료 고증을 병행해 전쟁으로 파괴되기 전 20세기 초 후에 황성의 모습을 가상공간에 되살리는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를 최근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문화재청이 다음 달 황성의 3D 디지털 복원 영상을 상영할 수 있는 70인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TV를 후에 황성 내부에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디지털로 복원된 황성의 옛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2006년 KAIST 연구진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을 디지털 복원한 적은 있지만 한국 정부가 주도해 해외 문화유산을 디지털 복원하고 이 성과물을 실제로 활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디지털 영상 제공 박진호 KAIST 연구원


▲ 디지털 영상 제공 박진호 KAIST 연구원


▲ 디지털 영상 제공 박진호 KAIST 연구원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은 황제가 외국 사신을 접견했던 타이호아지엔(태화전) 등 건축물을 정밀 3D 스캐너로 실측해 원형과 똑같은 디지털 형상을 만들어냈다. 황제가 집무를 보던 깐차인지엔(근정전) 등 터만 남은 건축물들은 베트남 후에유적보존센터의 실측보고서와 20세기 초 사진자료를 고증해 가상공간에서 형태를 복원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10분 분량의 3D 디지털 영상은 마치 건축물 내부를 실제로 둘러보는 듯한 느낌과 하늘에서 도성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느낌이 어울려 베트남 왕조의 화려한 전성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박진호 KAIST 선임연구원은 “황성의 명성을 듣고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파괴된 황성을 보고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황성의 전체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복원팀은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두 달간 황성에 머물면서 건축물을 정밀 기록했다. 베트남의 찌는 듯한 더위에 맞서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계속된 작업으로 복원팀 11명 가운데 4명이 탈진해 쓰러질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 정부가 후에 황성의 실제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데 건축물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디지털 자료가 실물 복원에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응우옌 왕조(1802∼1945년)는 베트남 역사상 최대의 전제군주국가로 발전했지만 19세기 프랑스 침략 이후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정당화한 두 차례의 사이공조약으로 몰락했다. 베트남 전통 건축과 프랑스 건축이 혼합된 독특한 양식의 후에 황성은 응우옌 왕조의 도읍지로 1833년 완공됐으며 전체 둘레가 10km에 달하는 대형 도성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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