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 아트… ‘데카르트’를 아십니까

  • 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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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늘 수학적이고 구조적인 면만 생각하다 처음으로 주어진 주제를 디자인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어린애가 더듬더듬 말을 배우는 것처럼 쉽지 않더군요.”(배익현·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4학년)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삼성디자인학교(SADI)의 1층 갤러리.

23일부터 진행된 ‘SADI 5일간의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14명의 포스텍 학생이 자신들의 디자인 작품을 직접 발표하고 교수들의 비평을 듣는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기술(Tech)과 예술(Art)이 만나는 이른바 ‘데카르트(techart)’의 현장. 유명한 철학자의 이름을 본뜬 데카르트는 SADI가 이 행사에 붙인 조어(造語)다.

1995년 건립된 SADI는 매년 여름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단기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포스텍 학생들은 누드크로키에서부터 2D, 3D까지 다양한 기초 디자인을 배웠다.

1학년생 강아인(19·여) 씨는 “발전된 기술도 좋은 디자인이 없으면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두 분야의 경계를 이을 수 있는 공학적 마인드를 가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된 공대생들의 디자인 중에는 수준급의 작품이 적지 않았다.

이용규 SADI 기초학과장은 “공대생들이 이런 작품을 해냈다는 게 놀랍다”며 “앞으로 공학도의 수학적이고 기술적인 능력을 디자인에 잘 접목하면 일반 디자이너를 능가하는 탁월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첨단 전자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기술 경쟁만으로는 차별성을 갖기 어려워지면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 데카르트의 시대적 요구는 교육 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포스텍에는 2학기부터 ‘제품개발공학’이라는 과목이 신설된다.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론대 등도 몇 년 전부터 이미 공학과 디자인을 접목한 데카르트식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텍 유희천 교수는 “늘 남의 것을 따라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국 공학도도 디자인적 창의성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며 “공학과 생명공학기술, 공학과 경영의 융합을 넘어 요즘 공학계는 디자인과의 융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SADI의 박영춘 학과장도 “미국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이나 뮤직폰인 ‘아이폰’은 좋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해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며 “데카르트적 사고와 실력으로 무장한 공학도들이 한국의 아이팟, 아이폰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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