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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주말이 우리 가족에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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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주말이 우리 가족에게 준 선물

입력 2007-06-15 03:02수정 2009-09-2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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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강물과 바람, 요트가 가족의 마음을 이어 준다. 스포츠 마니아인 박성훈 씨 가족은 주말에 한강에서 요트를 타며 행복을 키워 가고 있다. 원대연 기자


이병기 씨 가족이 수생 식물원에서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떠나고 평소 주말에는 이처럼 알토란 같은 주말 여가를 보낸다. 사진 제공 이병기 씨

주말 가족자원봉사로 사랑을 키워 가고 있는 황영원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가족. 사진 제공 프레인


《“어이쿠.” “어서 피해.” “내 옷, 내 휴대전화….” “와! 무지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비명과 놀라움은 곧 웃음과 환호로 바뀝니다.

여기는 한강. 그것도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요트 위입니다.

박성훈(43·세야교역 대표)씨 가족이 10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요트 ‘오공호’를 띄웠습니다.

6m 길이의 요트가 손오공이 구름을 타듯 멋지게 한강을 누비며 성산대교 부근을 지날 때였습니다.

잠자코 있던 수중분수가 갑자기 70m까지 치솟는 ‘물벼락’을 토해 냈습니다.

한강에 ‘괴물’은 없고 시원한 수중분수가 있었던 거죠.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됐지만 사람들은 이상하게 더욱 즐거워합니다.

당신 가족의 주말은 어떻습니까.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노는 것도 경쟁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잘 놀고 잘 쉬어야 일도 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핑계로 주말마다 ‘방콕족(族)’이 되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아빠는 물침대’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2006 여가백서’에 따르면

참여도를 기준으로 한 한국인의 여가활동 순위에서 1위는

TV 시청(68.3%)이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잡담과 통화하기(23.6%),

게임(23.4%), 목욕과 사우나(22.9%), 외식과 음주(22.1%),

신문 잡지 보기(20.5%), 영화 보기(20.4%), 계와 동창회 등 사교 모임(18.3%),

쇼핑(17.7%), 산책(16.9%)의 순으로 나타났지요.

잘 아시겠지만 가족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은 한번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여기, 용감한 가족들의 ‘주말 원정기’를 소개합니다.》

○ 자연 속으로

이날 요트에는 박 씨 외에 부인 서영순 씨(41)와 제희(13) 제민(10) 제혁(8) 등 삼남매가 탔다. 대학시절 산악부에서 활동한 이래 ‘산 사나이’를 자부해 온 그는 3년 전 요트 클럽의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수상 스포츠와 인연을 맺게 됐다. 2, 3개월에 한 번 가족들과 요트를 즐긴다.

박 씨 가족은 주말 여가를 철저하게 야외활동으로 꾸려 가고 있다. 1개월에 2, 3번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떠난다. 지난달에는 전북 부안군 계화도 일대와 강원 화천군 백운산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가족 나들이를 손꼽아 기다린다.

큰아들 제민이가 요트의 키를 잡고 아버지가 돛을 움직였다. 갈지자를 그리던 요트가 강가의 낚싯줄 쪽으로 너무 다가섰다. 제민이가 돛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태킹(tacking)’이라고 외치자 아버지가 복창한다. 선장 역할을 하는 스키퍼의 말은 요트에 탄 누구라도 절대 복종해야 한다.

“산이든 강이든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우리 부부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요트는 물, 바람, 배,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팀워크의 운동이죠.”(박 씨)

아이들은 무서워서 더 즐겁다고 했다. ‘주말 선원’이 된 아이들의 얼굴에 무지개를 닮은 예쁜 웃음꽃이 피었다.

주말 여가시간이 늘어나 고민이라는 가정이 적지 않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가족의 정을 키우고 공동체 의식도 굳건히 할 수 있지만 여가 활용의 마땅한 노하우가 없다면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는 것도 경쟁력, 우린 주말마다 떠납니다

○ 여가활용의 규칙을 만들어라

주말의 여가 활용에서 주의할 것은 단순히 노는 것 뿐 아니라 휴식의 의미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주 5일 근무제로 평일의 노동 강도가 강화된 요즘 주말까지 피로가 누적된다면 곤란하다. 슈퍼맨이라도 버티기 어렵다.

KT 이병기(39·광진지사 지원팀) 씨 가족은 9일 경기 이천시 부래미 마을에 이어 10일엔 양평군의 수생 식물원 세미원을 다녀왔다. 부래미 마을에서는 딸기와 토마토를 따고 인절미 만들기와 황토 염색을 체험했다.

그가 주말 원정을 계획한 것은 아들 연수(8)의 놀이문화가 메마르고 폭력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북 김제가 고향으로 자연 속에서 성장한 자신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

그래서 이 씨는 부부가 합의한 ‘가족 공약’을 실천하고 있다. 1개월에 한 번은 비교적 먼 곳으로 가족 나들이를 떠나고 다른 주말에는 인라인스케이트 타기 등 야외운동이나 영화 및 공연 관람, 도서관 방문 등 도심 속 여가 활동을 즐긴다. 또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을 여행했고 올 4월에는 회사 포상을 활용해 그리스, 이집트, 터키 등 지중해 지역을 다녀왔다.

그는 “맞벌이 부부라 평일엔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주말에 한적한 곳을 찾아 아이의 성장을 도우면서 부부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 부부가 강조하는 또 다른 원칙은 사람과 어울리는 주말을 만드는 것. 공동 육아를 위해 누나 가족과 단독주택의 아래 위층에 살면서 주말에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함께 보낸다.

최근 여가 활용에서 주목받는 것은 자원봉사를 비롯해 각종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사회적 여가’다.

SK텔레콤 황영원(46·경북 경산시) 매니저는 지난 주말을 충북 옥천군의 한 마을에서 보냈다. 다섯 식구가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도배를 하고 집 청소를 하면서 땀을 흘린 것. 현지 농민들에게서 유기농을 배우고 전통놀이와 포도 수확도 체험했다. 작년에는 모두 5회, 올해는 현재까지 3회에 걸쳐 주말 가족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어쩌다 아이들과 마주치면 공부나 성적 얘기가 전부였죠.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족회의가 많아졌고 대화 주제도 이웃과 나눔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늦은 밤 아내와 술 한잔 했는데 정말 맛있더군요.”

○ ‘원정기(記)’를 쓰자

4월 8일 예술의 전당 뮤지컬 ‘우모자’, 4월22일 강화도 역사유적지, 5월 20일 화정도서관, 5월 26, 27일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과 하회별신굿 탈놀이….

인터넷을 이용해 ‘우리 아이 책 카페’를 운영 중인 주부 블로거 허정은(37·경기 고양시) 씨의 메모에는 가족과 함께한 주말 프로그램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허 씨는 주변에서 ‘주말 부자’로 불린다. 몇 년 간의 시행착오 끝에 정한 원정 수칙이 큰 도움이 됐다. 그의 가족이 주말 계획을 세울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재미와 교육적 효과의 조화 △아이가 주인이 되는 계획 △철저한 사전 준비와 사후 평가 △옥내와 야외 활동의 적절한 배분 △체험 위주이면서 저렴한 프로그램 △주변 가족과 어울리기 등이다.

아이들이 ‘주말의 주인공’이 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아이들은 주도적으로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하고 계획을 짠다. 안동 여행의 경우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자치단체와 방문 예정지에 의뢰해 미리 자료를 받았다.

여행의 추억을 오래도록 음미할 수 있도록 책꽂이에는 여행지에서 받은 자료와 각종 입장권, 사진 등을 따로 보관한다. 숙박 장소도 콘도보다는 폐교나 휴양림을 선택해 돈이 덜 들면서도 전원의 향취를 느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이들이 5년 뒤 해외여행을 목표로 ‘가상의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집안일을 잘 도우면 그 돈이 쌓이죠(웃음). 아이들이 돈의 가치를 배우고 책임감도 강해져 일석이조입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주말 여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허 씨)

글=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주말 여가시간 즐기기 7계명▼

① 시간을 들여 여가 활동을 하라

여가 즐기기는 여가 활동이지 ‘여가 소비’가 아니다. 돈 들여 새 장비를 사지 말고, 시간 들여 여가 활동을 하라! 돈은 통장에 쌓이고 시간은 즐거워진다.

② 생활권에서 즐겨라

주말의 특징은 집에만 머무르기에는 너무 길고 생활권을 벗어나기에는 너무 짧다는 것. 매주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이틀의 유혹에 빠져 먼길을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이미 여가 모드로 전환되는 것처럼 일요일 오후에는 노동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③ 남들과 반대로 여가를 운영하라

일할 때 모두 일하고, 놀 때 모두 논다. 서울에서 1, 2시간 거리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시간을 보낼 작정이라면 토요일 오후 4시경 출발하는 것이 좋다. 남들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차가 막히지 않고, 사람들이 빠지는 시간이기 때문에 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④ 한 번에 한 가지씩 즐겨라

토요일 오후 거실에는 TV가 켜져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고, 아이는 온라인 게임을 하며, 아버지는 신문을 본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 다른 여가 활동을 하면 몰입할 수 없다. 당연히 만족도가 떨어진다. 모두가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을 하라!

⑤ 활동적인 여가 활동을 하라.

몰입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은 정해져 있다. 활동적인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대체로 높다. 소극적이고 정적인 여가 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더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⑥ 잘 놀고 싶으면 잘 배워라

여가 활동 만족도는 당사자의 여가 기술 수준과 여가활동의 난이도가 비슷한 경우에 높아진다. 최상의 기술을 지닌 사람이 최상의 난이도를 가진 여가 활동을 하면 여가 만족도가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다. 따라서 여가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여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여가 교육은 중요한 노후 대비책의 하나다. 고령화 사회에는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지겨워죽을지 모른다. 잘 놀 수 있도록 잘 배워라!

⑦ 가장 한국적인 여가를 즐겨라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됐지만 최근 한국인의 여가 활동은 의외로 ‘토속적’이다. 팝송을 듣고 콜라를 마시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던 한국인이 요즘은 가요를 듣고 전통 음료를 마시며 한국영화를 본다. 여가는 자신의 정서와 밀착된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한국적인 여가를 즐겨라!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레저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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