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 유아인 “이젠 제 사랑 얘기를 하고파”

  • 입력 2007년 5월 21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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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성장드라마 ‘반올림’의 ‘초절정 꽃미남’ 유아인을 기억하는가. 솜사탕처럼 달콤한 미소와 반듯한 모범생 이미지로 10대 소녀들을 설레게 만든 ‘고딩 얼짱’.

드라마 종영 이후 한동안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유아인은 2년이라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며 몸도 마음도 훌쩍 자라 유년의 성장통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올 초 영화 ‘좋지 아니한가’의 엉뚱한 아들 역으로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내비친 유아인은 17일 개봉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감독 노동석, 제작 청년필름)에서 스무 살 청춘의 반짝이는 싱그러움과 동시에 불안함에 흔들리는 ‘생(生)’ 눈빛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영원한 네버랜드를 꿈꾸는 스물둘의 피터팬

극중 유아인은 진짜 총을 구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종대’ 역을 맡았다. 돈을 벌기 위해 안마시술소에 취직했다 우연히 폭력사건에 휘말리면서 총을 손에 넣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캐릭터. 유아인은 첫 영화임에도 불구, 눈부신 젊음의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하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아이콘을 연기한다.

“내 로망은 슈퍼맨”이라고 순진한 얼굴로 말하는 유아인에겐 아직 앳된 소년티가 묻어난다. 그러나 “아직 어리고 싶다. 어린 척 하는 게 낫다”는 스물둘의 유아인은 “시간이 흐르면 천천히 어른으로 규정되고 울타리 안에 갇히는 게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겠지만 지금은 좀더 자유롭고 싶다”며 성장을 멈춘 피터팬처럼 지그시 눈을 감아 보인다.

그는 기성세대를 향해 강한 거부감이 있어 보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쁜’ 어른들에게 매서운 독설을 뱉을 줄 아는 자기주장 강한 신세대다. 안마시술소신을 앞두고 매니저와 ‘왜 돈을 주고 성(性)을 사야 되냐’고 싸웠다는 ‘똑 부러진’ 유아인은 “어른이 되기 싫은 것도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훌륭하지 않은 어른의 모습을 많이 봤고 세상엔 아직 좋은 어른보다 나쁜 어른이 더 많다”고 주먹을 꽉 움켜쥔다.

확고한 신념의 유아인은 자신의 앞길에 대한 결정도 빨리 내렸다. ‘반올림’으로 ‘벼락 인기’를 얻을 무렵 ‘연예인’ 대신 ‘연기자’가 되겠다며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룬 뒤 체계적인 교육에 대한 목마름으로 올해 단국대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한 것.

화려한 ‘아이돌 스타’의 후광을 뒤로한 채 스스로 칩거를 택하기까지 그에겐 어떤 말 못할 고민이 있었을까. 유아인은 “‘반올림’이 끝남과 동시에 많은 기회와 유혹이 있었다”면서 “어쩌면 다른 연예인 지망생들이 원하는 그것일 수도 있겠지만 제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옳다는 걸 거스르고 옳지 않은 걸 해야 한다는 게 견디지 못할 만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요새 어린 친구들은 저보다 이 시스템에 대해 너무 잘 알더라고요. 그러한 어려움쯤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것들이 당연하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학교를 관두게 됐고 전에 있던 소속사를 뛰쳐나왔습니다.”

“겉에 치중하는 연예인이 아닌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됐다. 남들에게 비춰지는 내가 아닌 진정 나를 위하는 게 무엇인지, 배우 유아인의 길은 어떤 것일까를 고민했다”는 그는 “마냥 좋고 부딪치고 깨지고 싸울 일들이 많던 시기였다. 앞으로의 그림을 차근차근 그리며 ‘사람’에 대한 생각을 오래 했다”고 당시를 조용히 곱씹어본다.

▲“사람이 제일 어려워”…“이젠 사랑 얘기도 할래”

문득 ‘계륵’같은 ‘반올림’이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지 궁금해졌다. 개성 있고 독특한 나름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구축하고 있는 지금 유아인의 추구 노선과는 가장 정반대에 있는 ‘마냥 곱기만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아인은 “어쩌면 제 청춘의 정점에 ‘반올림’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모두 공존했다”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배우로서 바탕이 된 작품이라면 ‘반올림’은 계기가 됐다. ‘반올림’ 이후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흘러가고 틀어졌다면 나쁜 계기가 되었겠지만 제가 옳다고 믿는 길로 가고 있기 때문에 좋다. 많은 공부가 됐다”고 겸허하게 수긍한다.

‘예쁜’ 입으로 노인네처럼 참 ‘안 예쁜’ 말만 늘어놓는다고 면박을 줬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이 무척 대견스럽다. “세상엔 안 예쁜 것이 더 많은걸요. 그간 전 덜 반짝이려 노력했습니다. 안 예쁜 걸 알아야 진짜 예쁜 걸 볼 수 있어요.”

이어 “나와 동떨어지지 않는,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선에서 제 성장의 보폭만큼 영화 안에서 변화하고 싶다”는 유아인은 “그간은 사랑에 대해 잘 모른다고 스스로 여겼는데 이제 슬슬 제 사랑 얘기도 해보고 싶다”며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오랫동안 만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헤어진 뒤에는 지금까지 만나는 사람이 없네요. 그냥 쿨한 게 좋아요. 지금은 여자친구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를 만나기가 힘들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나를 알려나가고 알아가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귀찮고 힘들어요. 그래서 인간관계 폭이 넓지 않나봐요, 제가. 헤헤.”

“특이한 사람은 좋지만 특이한 척하는 건 싫다”는 유아인에겐 ‘있어 보이는’ 척이 아닌 분명 무언가 ‘있음’이 본능적으로 강하게 느껴진다. 배우 유아인의 다음 행보가, 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사진=스포츠동아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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