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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환율 악용 개성공단 근로자 월급의 96% 빼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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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환율 악용 개성공단 근로자 월급의 96% 빼돌려

입력 2006-11-06 02:59수정 2009-09-2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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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공단 내 S사의 2006년 9월 ‘생활비 계산 지불서’. 연합뉴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4일 북측 내각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으로부터 지난달 입수한 공단 내 S사의 ‘생활비 계산 지불서’를 공개했다. 임금 지불 명세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우리 측에 ‘생활비 계산 지불서’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남북경협 사업에 종사하는 기업인들은 “북한 당국이 남측에 보여 주기 위해 만든 것으로 100% 신뢰하기 어렵고 검증이 안 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북한 당국의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착취 시비를 가라앉히기 위해 뒤늦게 북측에 이를 요구한 뒤 공개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북측이 공개한 ‘지불서’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북한 일반 노동자보다 적어도 2, 3배의 임금을 더 받는 것으로 돼 있다.

외견상 틀린 계산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엔 ‘환율 함정’이 있다. 환율 함정의 꺼풀을 벗겨 내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임금의 96% 이상이 당국의 수중에 들어가고 있으며, 남측이 지불한 임금의 3.38% 정도만 받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처음 공개된 임금 지불서=문제의 지불서는 시범단지 입주기업인 S사 재봉담당 1개조 근로자 46명에게 지불된 9월 명세서. 근로자별로 근무일수와 연장 및 휴일 근무시간, 그에 따른 가급금, 지급총액으로 나눠져 있으며 맨 마지막 칸에는 근로자의 ‘수표(서명)’가 있다.

북한 근로자 46명에게 남측이 지불한 평균 임금은 76달러. 기본노임 50달러에 연장야간 및 휴일근무 수당 16.67달러와 가급금 9.33달러가 붙은 액수다.

북한 당국은 76달러에서 사회문화시책비 명목으로 30%를 제한 뒤, 남은 53.2달러를 북한 공식 환율(1달러=140원)을 적용해 북한 돈으로 평균 7448원을 지급했다.

지불서에 따르면 최고액 임금 수령자는 조장인 박모(여) 씨로 유일하게 직책수당 10달러를 더 받았다. 그는 북한 돈 8428원을 받았다.

▽환율의 함정=북한 당국이 계산한 ‘1달러=140원’은 고려호텔 등에서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이중 환율.

북한 당국은 평양과 각 지방에 설치된 국가 환전소에서 내국인들에게는 달러당 2900원으로 바꾸어 준다. 당국은 내국민에게 ‘1달러=140원’을 적용하면 달러가 국가 수중에 들어오지 않고 암시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국가 환전소에서도 암시장과 비슷한 환율로 자국민에게 바꿔 준다.

조장 박 씨가 자기 임금 86달러를 국가 환전소에 가져가 바꾸면 24만94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이 금액의 3.38%에 해당하는 8428원만 받았다. 나머지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북한 당국이 의무적으로 30%를 공제하는 사회문화시책비에도 함정이 있다. 사회문화시책비 징수의 명목은 교육 주택 의료서비스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사회문화시책비를 내지 않는다. 형식상 무료 교육 및 의료를 표방하고 있고, 모든 주택이 국가 소유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서만 이런 명목의 돈을 징수하는 것이다.

북한대학원대 양문수 교수는 “국영기업의 근로자에게는 사회문화시책비를 받지 않지만 남한 기업이나 외국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서는 국가가 미리 지불한 비용을 환수한다는 의미에서 징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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