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46년 美모턴 마취수술 첫 입증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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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턴 씨가 환자에게 물었다.

“두렵습니까?”

환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입에 에테르 튜브를 물었다.

그는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사지를 흔들더니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1846년 10월 16일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수술실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환자 주위에는 의사 7명과 의과대 학생들이 정장을 하고 ‘수술의 증인’으로서 역사적인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 수술에서 마취를 맡은 모턴 씨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마취가 완료됐음을 확인했다.

“워런 박사님, 환자의 수술 준비가 끝났습니다.”

집도의인 존 워런 박사는 에드워드 애벗이라는 이 환자의 목에서 종양을 침착하게 제거했다. 수술이 끝나고 5분 뒤 환자가 깨어났다. 그는 “의사가 칼을 쓰는 것은 느꼈지만 아무런 고통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마취제의 발명은 의료계에서 가장 혁명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그 전까지 환자들이 수술대 위에서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썩은 이를 뽑느니 차라리 평생을 앓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수술을 마치는 것은 당시 외과 의사들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었다.

물론 그동안 마취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취법이라는 것이 거의 환자들을 ‘반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가벼운 뇌진탕을 일으키거나 질식 상태를 만들기도 했다.

양귀비나 두꺼비의 독 등 민간요법도 두루 쓰였다. 통증이 악령 때문에 온다는 믿음에 주술을 동원하는 일도 많았다.

당시 치과의사였던 모턴 씨는 에테르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환자들의 이를 뽑을 때 조금씩 사용하던 에테르가 어느 정도 고통을 완화시켜 준다는 점에 착안한 것. 에테르는 당시만 해도 일종의 마약과 같아서 ‘환각 파티’에도 이용됐다.

모턴 씨는 처음에는 벌레와 동물들을 잡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정작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참가하겠다는 자원자는 찾기 힘들었다.

결국 자기 몸을 대상으로 실험을 준비하던 와중에 한 치통 환자가 시술을 받겠다며 그의 병원을 찾아왔다. 결과는 대성공. 의학계의 새 시대가 밝아오고 있었다.

그가 묻혀 있는 매사추세츠의 묘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윌리엄 모턴, 그가 온 후 과학은 고통의 지배자가 됐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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