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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청송감호소 사망 유족에 2억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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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청송감호소 사망 유족에 2억 줘라”

입력 2006-09-21 02:55수정 2009-09-2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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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청송보호감호소에서 교도관들의 집단구타로 숨진 박영두(당시 29세) 씨 사건과 관련해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신의칙(信義則·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될 때에는 국가가 유족에게 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5부(부장판사 길기봉)는 박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박 씨 유족에게 2억28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단을 민법상의 신의칙을 내세워 뒤집은 것.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에서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시효가 완성돼 소멸됐지만 2001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족이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으므로 그 기간에 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 측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신의칙의 법리로 일축했다. 신의칙이란 서로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상의 대원칙.

민법과 예산회계법상 국가의 불법행위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시효는 ‘불법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5년 이내’ 또는 ‘그로 인한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다.

박 씨 유족이 소송을 낸 시점은 2004년 4월.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20년이 흘렀고, 이 사건 진상의 일부가 언론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진 1988년으로부터는 16년여가 지났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들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2심 재판부는 과거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 사건에서 국가는 형식적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더라도 신의칙상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1980년 삼청교육대에 입소한 뒤 집단난동 주동자로 지목돼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하던 박 씨는 1984년 10월 재소자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다 이른바 ‘비녀 꽂기’ ‘통닭구이’ 등 교도관들의 고문으로 온몸에 시퍼런 피멍이 든 채 숨졌다.

교도소 측은 “박 씨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며 사건을 은폐했고 유족이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시신을 교도소 내 공동묘지에 매장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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