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뇌사 50代, 다 주고 하늘나라로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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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50대 가장이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뇌출혈로 사망한 고 김성환(58) 씨가 4일 신장 2개와 각막 2개, 간을 기증했다고 7일 밝혔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매년 늘고 있는데도 뇌사자 현황이 의사와 환자 가족의 무관심으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등 전문기관에 제대로 통보되지 않아 많은 환자가 이식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 현실. 이 때문에 김 씨의 선행은 더욱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본보 6일자 3면 참조

증권회사 간부로 일하다 1997년 은퇴한 김 씨는 1999년 9월 일찌감치 장기 기증과 각막 기증 서약을 했다. 김 씨가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린 것은 2개월 전.

김 씨는 3월 가족과 함께 개그맨 고 김형곤 씨가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는 뉴스를 보다 “나도 장기 기증 서약을 했으니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꼭 기증하라”고 당부했다.

가족은 김 씨가 평소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며 “몸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사라지니 한 생명을 살리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해 온 터라 크게 놀라진 않았다.

김 씨는 지난달 29일 대학 동창들과 등산을 마치고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빌라 5층 집으로 올라가다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수술을 받았으나 4일 결국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았고 가족은 장기 적출 수술을 허락했다.

장남 형철(35) 씨는 “아버지의 시신을 온전히 보전해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당신이 평소 원하셨던 대로 해 드리는 게 더 큰 효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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