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구미동~용인 죽전 연결로 분쟁 현장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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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 이른 아침부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방송을 내보냈다. “시청 사람들을 붙잡고 있으니 주민 여러분은 불법도로 접속 현장으로 나와 주십시오.” 300여명의 주민이 둘러싼 가운데 도로를 가로막고 선 컨테이너 사무실 안에선 성남시 김인규 건설교통국장 등 공무원 4명이 주민대표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전날 오후 8시부터 꼬박 15시간 동안 주민들에 의해 이곳에 억류됐던 공무원들은 성남시 양인권 부시장이 찾아와 주민 요구사항을 경기도에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풀려났다. 경기 용인시 죽전동과 분당구 구미동을 잇는 도로 개설 공사를 놓고 이를 막으려는 구미동 주민과 뚫으려는 한국토지공사 및 죽전주민 사이의 갈등이 폭력사태까지 빚는 등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분노한 구미동 주민=구미동 주민들을 자극한 것은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이대엽 성남시장, 이정문 용인시장 등이 이달 9일 서명한 합의문.

여기에는 구미동 주민 의견이 ‘도로 연결 및 우회도로 신설’로 적혀 있다. 또 한 달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협조하고 각 기관은 건설교통부 장관의 결정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선 개통, 후 우회도로 신설’에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구미동 주민들은 지금까지 도로 접속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이 합의문은 엉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합의 사실은 24일 처음 알려졌다.

2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과 용인시 죽전동을 잇는 도로 공사 현장. 구미동 주민들이 컨테이너와 중장비로 공사 현장을 가로막은 채 한국토지공사측과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성남=전영한기자

이들은 이달 12, 13일 구미동에 사는 토공 간부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이를 제지하는 토공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문제의 도로=6월 10일 죽전지구(1만8500가구) 사업시행자인 토공이 죽전지구 입주를 앞두고 죽전∼분당을 잇는 도로(280m)의 미개통구간 7m에 대한 공사를 강행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시작됐다.

구미동 주민들은 공사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와 중장비를 세워놓고 24시간 감시했고 토공은 틈틈이 공사를 강행하려 했다.

이 사이 죽전지구에는 지금까지 2750여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끊긴 도로로 인해 죽전지구 주민들은 현재 출퇴근시간이면 차로 10분 거리인 분당선 오리역까지 30∼40분씩 걸리는 등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다.

21일 오후에는 도로공사 현장에서 죽전 주민 1000여명이 조속한 도로 연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구미동의 한 주민은 “우리는 죽전주민을 막는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 입주할 동백 및 구성지구 등 용인 서북부지역에서 모두 이 도로를 이용할 텐데 그럼 우리 마을은 어떻게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원인은 난개발=전례가 없는 이 같은 도로분쟁은 당국 등이 도로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고 택지개발을 밀어붙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구미동 주민들의 요구는 접속도로를 건설하기 전에 먼저 우회도로를 개통하라는 것.

건교부와 토공은 당초 동백지구와 죽전지구를 잇는 고속화도로를 고가도로를 통해 성남시 금곡IC로 바로 연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층건물이 많아 이 계획은 무산됐다.

또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며 발표한 각종 도로건설계획 역시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이견 등으로 인해 대부분 사업기간이 1∼2년씩 연장됐다.

성남시 관계자는 “2000년부터 죽전∼분당 도로 접속에 반대하면서 우회도로 건설을 요구했는데 지금까지 정부와 토공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며 “정부가 교통개선대책을 조속히 추진했다면 도로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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