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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000만시대]<2>한국 영화의 힘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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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000만시대]<2>한국 영화의 힘은 어디에?

입력 2004-02-10 18:47수정 2009-10-0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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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실시된 당시 ‘시네마서비스‘의 배급팀 직원 공채. 영화 잡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몰려든 인원은 무려 700명이었다. 직원 1명을 뽑았으니까 경쟁률은 700대 1이었다.

‘사람’이다. 전문가들은 단일 영화 관객 1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둔 한국 영화의 가장 큰 힘을 여기서 찾는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영화는 한국에서 10년 동안 전면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거의 유일한 분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40대만 되어도 ‘노장’ 취급을 받는 영화계 풍토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 피’가 현장에 풍부한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프로듀서와 감독 분야에서 20, 30대 젊은 인물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525만 명으로 최다 관객을 기록한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을 비롯, 흥행작인 ‘오! 브라더스’ ‘선생 김봉두’도 모두 30대 감독의 작품이다.

지난해 전국 영화 관람객 수는 1억999명. 98년 이후 멀티플렉스가 늘어나면서 관객 수는 당시에 비해 두배 일상 늘었다.

지난해 ‘동갑내기 과외하기’ ‘지구를 지켜라’ ‘살인의 추억’ 등을 제작한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는 “한국 영화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젊다’”며 “프로듀서 분야는 이미 30대가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라는 브랜드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 증가도 한국 영화 전성기를 이끈 원인으로 지적된다. 2000년 이전만 해도 일반 관객들은 “왜 한국 영화를 보느냐”며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리서치 플러스가 조사한 ‘2003년 영화관객의 영화관람 행동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영화의 국적을 묻는 질문에 63.8%가 한국 영화를 꼽았다. 미국 영화는 34.3%에 그쳤다. 연 10회 이상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층에서는 한국영화(62.5%)의 선호도가 미국 영화(30.3%)의 두 배를 넘어섰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2003년은 ‘살인의 추억’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올드 보이’ 등 이른바 ‘웰 메이드(well-made)’ 한국영화가 흥행에서도 성공하는 긍정적인 전통이 수립된 해”라고 말했다. 직배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50만∼100만 명대로 짭짤한 흥행을 기록하는 외화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국영화에 밀려 이른바 ‘중박’ 영화들이 거의 사라졌다”며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등 마케팅이 필요 없다는 대작들을 빼면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권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사회적 분위기는 이른바 금기(禁忌)를 깨는 다양한 소재와 색깔의 영화를 낳았다. 김영진씨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가권력에 총부리를 겨누는 ‘실미도’와 같은 영화는 만들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 상대적인 자유 덕분에 한국 영화는 사회적 이슈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사 ‘좋은 영화’의 김미희 대표는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의 힘이 한국영화 흥행의 원인”이라고 꼽았다.

멀티플렉스로 상징되는 영화 인프라의 확충도 ‘한국 영화의 파이’를 크게 키웠다. 98년 멀티플렉스가 본격 등장하면서 스크린 수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당시 507개였던 스크린 수는 2002년 977개로 늘었다. 관객 수도 98년 5018만 명에서 2002년 처음으로 1억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억999만 명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의 관람객 수는 2600만 명. 이 수치는 2002년과 비교할 때 30%나 증가한 것이다. 도심 외에도 주거지역에 위치한 멀티플렉스가 30∼40대의 소극적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시장을 키웠다.

영화제작 배급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만일 한국 영화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멀티플렉스로 인해 파이가 커진 몫은 대부분 직배사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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