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4인용식탁' 전지현 "엽기녀? 요조숙녀에요"

  • 입력 2003년 7월 27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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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기기자
강병기기자
《최근 케이블 영화채널 OCN이 4만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100대 배우’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지현(22)은 6위에 올랐다. 송강호 안성기 심은하 한석규 설경구 다음이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 등 출연 영화는 셋 뿐인데 그는 톱배우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는 ‘엽기적인 그녀’ 이후 “팬들이 과민 반응해 답답하다”고 말한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전지현은 8월8일 개봉하는 영화 ‘4인용 식탁’에서 ‘우울한 그녀’로 나와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를 뒤집는다. ‘ㄲ’으로 시작하는 한음절 단어중 성공의 조건으로 손꼽히는 ‘끼 꼴 끈 깡 꾀 꿈’을 키워드로 해서 그를 들여다봤다.》

:끼:

팬들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때문에 내가 끼가 많다고 여긴다. 그 영화 이후 내게서 엽기적인 말이나 행동만을 기대한다. 답답하다.

사실 나는 무뚝뚝하고 낯도 많이 가린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그냥 따라가는 편이다. CF나 영화속의 발랄하고 섹시한 모습은 감독의 컨셉트를 살려내는 재주 덕분이다.

나는 이른바 강남 8학군에서 어려움 없이 자랐다. 이곳 학생들이 영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편견이다. 나를 비롯해 ‘범생이’들도 많다. 나는 보수적이고 거스르는 행위나 말을 싫어한다. 요즘 영화와 TV드라마에서 유행하는 동거? 나는 반대다. 서로를 잘 알고 결혼하자는 것인데, 반드시 함께 살아야 알게 될까? 아무리 같이 살아도 사람 속은 모르는 거 아닐까. 또 부모가 반대할 것이고 동거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에 도전할 자신도 없다.


:꼴:

나보고 ‘자연 미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형미인’이면 어떤가. 여자 연예인의 성형소문이 논란이 되는데, 그게 왜 그리 중요한가. 연예인의 일상에 대해 시시콜콜한 말이 나도는데 그런 것을 보면 나도 이젠 연예인이 된 것 같다. 최근에는 내가 화교라는 소문도 있는데, 아마 본명(왕지현)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나는 화교가 아니다. 연예인의 성형 수술은 외모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상품’이라는 표현은 거슬린다. 자신을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연예인이 있겠는가. 단지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노력일 뿐이다.

성형 수술을 할 생각은 없다. 콤플렉스? 완벽하진 않지만 만족하며 산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의 설문 조사에서 ‘몸매를 닮고 싶은 연예인 1위’에 뽑혔는데, 흠…, 기분좋은 것은 사실이다.

:끈:

끈(연줄)은 글쎄. 서울 언주중 3년 때 잡지 표지 모델을 했는데 그것도 아는 언니의 소개로 시작했다. 연예인 지망생은 아니었고 얼떨결에 했다. 이후 연예계 활동을 하는 바람에 또래 친구가 없다. 중학교 친구들이 전부인데 모두 유학을 떠났다.

가족과는 대화가 거의 없다. 부모하고도 별로 친하지 않다. 가족들이 모두 말이 없는 편이다. 집에서도 거의 혼자 지낸다. 사무실(소속사 싸이더스HQ) 직원들이 내가 믿는 사람의 전부다. 시나리오 선택도 사무실의 의견을 수용한다.

인간 관계가 넓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러나 빈둥대는 건 싫어한다. 항상 혼자서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책을 읽는다.

:깡: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한달간 어학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도 연수지만, 철저히 혼자 있어보자는 계획이었다. 언제까지 누가 나를 돌봐주진 않는다. 혼자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곳에서 아파트를 세내 살았다. 밥 짓는 일이나 빨래를 내 손으로 할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만 타다가 내가 직접 지도를 보며 명소들을 찾아다니니 재미있었다.

꿈같은 한달이 지나자 정말 오기 싫었다. 1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나는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한달동안 나는 더 견고해졌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강단을 키워야 한다.

:꾀:

머리? 별로 좋지 않다. 노력파도 아니다. 다만 무언가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초등학교 때 배우던 피아노를 다시 배운다. 운동도 한다. 무술의 일종인데 구체적인 종목을 밝히기는 싫다. 여기저기서 묻는 게 귀찮아서다.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한다. 어학 연수를 다녀와 보니, 학원 교육은 한국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외국에서는 그날 배운 말을 바로 써먹을 수 있지만. 앞으로 2년 정도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한 뒤 1∼2년 외국에 나가 실전을 익히고 싶다.

:꿈:

훌륭한 연기자. 너무 판에 박힌 답이지만, 사실이다. 다른 무슨 답이 가능하겠는가. 좀더 소박한 꿈은, 영어를 잘하는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웠는데 간단한 의사표시도 못하는 게 너무 웃기지 않나.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정리=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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