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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김응한/정책 변덕이 증시 목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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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김응한/정책 변덕이 증시 목조른다

입력 2001-04-23 18:34수정 2009-09-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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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금리 인하에 따라 한국 증시가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것이 과연 장기적인 증시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얼마 전까지도 정부가 연기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등의 증시 부양책을 수차례 발표했으나 증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1989년 3월에 1,000을 넘었던 종합주가지수가 지금 560선 언저리에 있다. 1000원을 연평균 10% 이율의 정기예금에 맡겼다면 12년이 지난 지금은 3138원으로 불어났겠지만 증시에서는 560원 정도의 가치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정부 당국자들에게 과연 자신의 돈이라면 이 같은 증시에 연기금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정부가 연기금을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정부도 국민연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89년에 2,70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00을 넘는다. 그동안 현금 배당률도 시가기준으로 우리보다 훨씬 높은 2% 정도는 됐다.

현 시점에서 한국 증시의 장기 활황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증시의 불안감을 줄이는 일이다. 월가에서는 증시를 움직이는 힘은 욕심과 두려움뿐이라고 한다. 주식의 예상수익률이 높을수록 주가는 오르고 수익성에 대한 위험도가 클수록 주가는 내린다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12년 동안 한국 증시의 위험도는 크게 증가했다. 물론 사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느 나라, 어느 사업에나 존재한다. 문제는 정권이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해결하는 행위나 정부의 시장개입에 의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의 위험성과 증시의 불안감이다.

첫번째 사례로는 1989년 이후 수없이 바뀌어 온 예측불가의 경제정책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장관 임기가 1년을 넘는 경우는 손꼽을 정도다. 사업가 입장에서는 나쁜 정책이라도 일관성이 있으면 피해갈 수 있지만 정책을 계속 바꾸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게 돼 위험도가 높아진다.

둘째, 정권과 정부 개입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다. 소위 빅딜을 빙자해 LG반도체를 현대에 넘겨준 것은 재산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것도 단순히 LG와 현대간의 부의 이전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시장의 규칙을 깸으로써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또 부실기업에 구제금융을 투입할 때 민간은행에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은행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다.

한국 증시에 깔려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권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미국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증시는 70년대 내내 장기침체에 빠져 있었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임금 및 가격, 주식배당을 동결하는 정책으로 재산권을 침해하고 시장규칙을 위배했으며 지미 카터 대통령은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시장에 개입했다.

반면 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 철폐, 시장원칙 강화, 감세, 자본시장 자유화 등을 시종일관 주장하면서 많은 법규를 개정했다. 항공업의 자유경쟁, 불법파업에 대한 초강경 대응, 포괄적 감세, 적대적 인수 합병(M&A) 장려정책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덕택에 수많은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가 아니라 시장의 힘으로 이뤄졌다. 투자자는 시장원칙의 강화로 재산권을 더욱 보호받게 됐고 기업은 정책의 일관성으로 사업의 위험도를 줄일 수 있었다. 또 자본시장 자유화로 일반 투자자도 과거보다 많은 보호를 받게 됐다. 그 결과 미국 증시는 세계에서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부상해 80년대 초부터 20년 이상 상승 추세에 있다.

이 같은 경험에서 보듯이 한국 증시의 열쇠는 정권이 쥐고 있다. 건전한 장기 증시활황을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 사적재산권의 절대적 보장, 경제적 자유의 신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지방자치 선거와 대선이 걱정된다. 과연 정권이 정치논리를 개입시키지 않은 채 경제 관료를 믿고 시장논리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하도록 힘과 시간을 줄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도 레이건 대통령 같은 경제철학과 의지가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김 응 한(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 겸 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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