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 파동 사회적 문제로 '비화' 조짐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6시 49분


코멘트
20일 프로야구 구단들이 선수협의회를 와해시키기위해 대표자 6명을 일거에 방출하는 초강수를 둠에 따라 `선수협 파동'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이 권리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단체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6개 구단이 `방출'이란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은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를 송두리째 무시한 행위로 야구계의 차원을 넘어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게 뻔하기 때문이다.

19일 기자회견을 가졌던 비선수협 대표들도 선수협 소속 선수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선수협의 제소에 따라 KBO 규약을 검토한 공정거래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불공정 약관으로 결론을 내렸고 1월10일 전원회의를 통해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관련기사▼
[프로야구]KBO '자유계약선수 공시' 보도자료 원본
시민단체 집단대응한다
[인터뷰]차영태 선수협 사무국장

당장 경제정의실천연합은 21일 선수협과 연석회의를 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계획이다.

더욱이 현행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규약과 선수계약서가 `현대판 노비문서'라고 지탄받는 상황에서 여론은 당연히 약자인 선수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구단주들은 열악한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을 들어 선수협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각 구단이 연간 70억원-100억원씩 적자를 보는 마당에 선수노조의 성격을 띤 선수협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경우 프로야구 자체가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구단 사장들이 '주동자 방출'이라는 철퇴를 휘두른 것은 재벌기업의노조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사장들은 선수협 파동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내년 봄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프로야구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선수 노조를 인정할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KBO와 구단은 지난 겨울 선수협의 창립 총회 때도 과민한 대응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박용오 KBO 총재는 1월20일 열린 이사회 직후 "선수협이 생기면 프로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가 호된 여론의 질책을 받았으며 민주노총과 한노총,경실련 등각계 단체들까지 '선수협 파동'에 가세하는 빌미를 제공했었다.

선수협 창립총회이후 1년만에 구단 사장들이 결행한 유례없는 초강경 대응은 또다시 시민단체들의 반발 등과 뒤섞여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천병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