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리투아니아副영사 스기하라, ‘일본版 쉰들러’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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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쉰들러’가 반세기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은 10일 도쿄(東京) 외교사료관에서 제2차 세계대전중 리투아니아 영사관 부영사였던 스기하라 지우네(衫原千畝·86년 작고)의 공적을 기리는 동판제막식을 가졌다.

스기하라는 전쟁 중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사관으로 몰려온 유대인 6000여명에게 외무성의 지시를 어기고 일본행 비자를 발급해 줘 이들을 죽음에서 구해 준 인물.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48년 외무성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외무성 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본을 거쳐 미국 등으로 피신한 유대인들의 입을 통해 그의 용기가 알려지면서 그는 ‘일본의 쉰들러’로 불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외무성이 그를 불명예퇴직시킨 것은 잘못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고노 외상은 동판식 인사말에서 “그는 극한적인 상황에서 인도적이고 용기 있는 판단을 한 훌륭한 선배 외교관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가족과 외무성 사이에 여러 가지 무례한 일이 있었다. 의사소통이 잘 안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이날 ‘스기하라 지우네 펠로십’을 만들어 2001년부터 이스라엘 학생을 일본에 유학시키기로 결정했다. 스기하라의 부인 사치코 여사(86)는 남편의 뒤늦은 명예회복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스기하라가 탄생하지 100년이 되는 해. 그의 고향인 기후(岐阜)현 야오쓰초(八百津町)는 그가 근무했던 리투아니아 영사관을 재현시킨 박물관을 만들어 그의 용기를 기리고 있다. 비자를 발급했던 집무실의 이름은 ‘결단의 방’으로 명명했다. 그의 모교인 와세다대도 공적비를 세웠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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