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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평양 마지막날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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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평양 마지막날 스케치

입력 2000-06-15 19:29수정 2009-09-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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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3일부터 3일, 약 53시간 동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평양상봉’을 마치고 15일 오후 전용기편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 도착, 평양 출발▼

○…김대중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서울공항에 도착, 마중나온 국회의원 등의 환영을 받았다.

김대통령은 공항에서 귀국보고를 통해 평양 방문과 김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한 뒤 청와대로 가 여장을 풀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오후 4시16분 김위원장이 직접 환송하는 가운데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 간편한 인민복 차림의 김위원장은 오후 4시 정각 순안공항에 먼저 도착, 잠시 뒤 차에서 내린 김대통령을 맞아 북한군 의장대를 함께 사열.

의장대를 사열하고 도열한 환송 군중을 지나는 동안 김위원장은 김대통령의 오른쪽 뒤편에 서는 등 깍듯한 예우를 갖췄다.

13일 김대통령의 공항 환영행사 때 ‘김정일’ ‘만세’ 등의 구호를 연이어 외쳤던 환송군중은 이날 ‘김정일’이란 구호 대신 ‘만세’소리만 외쳤고, 사열이 진행되는 동안 두 정상 사이에 남북 양측 경호원과 수행원들이 뒤섞여서 걸어간 것도 환영 때와는 다른 모습.

김대통령의 전용기 트랩 밑에 도착한 두 정상은 작별의 포옹을 나눴고, 김위원장은 우리측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 등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트랩 밑에 서서 김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박수로 환송. 김대통령 내외는 트랩 위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

김위원장은 이어 비행기문이 닫힌 뒤에도 김영남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 등 북측 환송객들과 함께 한편에 나란히 도열해 김대통령의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었다.

김대통령이 순안공항으로 오는 연도에는 13일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군중이 도열해 환송.

▼환송 오찬▼

○…김대중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 1호각에서 열린 대표단 환송 오찬에서도 김정일위원장은 예의 파격을 보이면서도 김대통령에 대해 깍듯이 예우.

간편복 차림의 김위원장은 이날 오찬에 앞서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대통령, 이희호여사와 함께 20여분간 따로 티타임을 가진 뒤 낮 12시20분쯤 남측 대표단과 북측 참석자들이 박수로 환영하는 가운데 오찬장으로 입장.

김대통령과 이여사를 뒤따라 만찬장에 들어선 김위원장은 헤드테이블에 앉으면서 김대통령의 의자가 자신과 똑같이 팔걸이가 없는 의자인 것을 보고 바로 뒤에 서있던 군복차림의 의전장을 불러 “김대통령께 팔걸이 있는 의자를 갖다 주시오”라고 호령한 뒤 “애초부터 준비하지 않고…”라며 세차례나 관계자를 질책.

이어 조명록북한인민군총정치국장과 임동원국가정보원장의 오찬사 및 답사에 이어 건배제의가 나올 때마다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은 서로 잔을 마주치며 건배. 김위원장은 이어 자리에 앉자마자 전날 저녁 만찬 때의 ‘거한 술파티’를 주제로 얘기를 시작, “모두들 역시 김위원장의 술실력이 날카롭다고 하더구먼”이라며 “술실력이야 통일부장관이 나보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대통령이 “저는 네번에 걸쳐서 마시고…”라고 말하자 김위원장은 김대통령에게 독주(毒酒)대신 포도주를 권유.

이날 오찬에서 남측 기업인들이 김위원장에게 “앞으로의 협력을 기원하는 뜻에서 술을 한잔씩 권해주십시오”라고 요청하자 김위원장이 이들에게 술을 한잔씩 돌렸고, 김대통령도 참석자들에게 술을 돌렸다.

○…이어 참석자들은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의 제의에 따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 김대통령과 김위원장, 우리측 수행원들이 원탁 식탁에 둘러서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합창하는 과정에서 김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대통령과 이희호여사의 손을 잡고 분위기를 맞췄으나 가사를 모른 탓인지 노래를 함께 부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이여사, 우리측 수행원들은 노래를 합창하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평양 마지막밤▼

○…김대통령은 15일 아침 7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KBS 위성채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시청한 뒤 핵심 참모들로부터 일정을 보고받고 전날의 남북정상회담 합의서 서명 과정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김대통령은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에게 “전날 김정일국방위원장과의 협상과정에서 혼혈의 힘을 쏟은데다 만찬에서 포도주 서너잔을 마셔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 기분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이희호여사와 함께 닭고기국과 된장찌개, 흰밥으로 아침식사를 한 뒤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 정원을 산책.

○…김대통령은 김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에 들어가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에 합의 서명한 14일 ‘가장 긴 하루’를 보냈다고 박준영대통령공보수석이 설명. 김대통령은 밤 11시20분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자정이 다 돼서야 김정일위원장과 작별. 김대통령은 이어 수석비서관들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간단히 논의한 뒤 오전 1시경 잠자리에 들었다고 박준영수석이 전언.

○…14일 밤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김대통령 주최 만찬에서 김위원장은 거침없는 말솜씨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김대통령과 나란히 식탁 중앙에 자리를 잡은 김위원장은 이희호여사가 김대통령과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자 임동원국정원장에게 귓속말로 “이여사를 이쪽으로 모시고 오라”고 부탁.

김위원장은 이여사가 자신과 김대통령 사이에 앉자 “만찬장에서까지 이산가족을 만들겁니까. 그래서 김대통령이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지요”라고 농담을 던져 김대통령 내외를 웃게 했다.

김위원장은 “개성 토박이한테 음식을 만들어보라고 했더니 파를 요만하게 썰어 넣더라”고 손을 모아 제스처를 취한 뒤 “여기서는 개성깍쟁이라고 하는데 서울사람도 깍쟁이냐”고 이여사에게 묻기도 했다.

▼북한측 반응▼

○…북측 언론매체들은 15일 이른 아침부터 남북공동성명 합의서명 사실을 보도. 조선중앙방송(라디오)은 오전 5시부터 매 뉴스시간에 머릿기사로 합의 사실과 김대통령 내외 등 대표단의 평양 활동을 보도.

평소 사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동신문도 14일 밤 늦게 서명된 공동선언 전문을 15일자 1면에 3분의 2정도를 차지하는 분량의 머릿기사로 크게 보도. 그 아래에는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이 서명하는 사진과 관련기사를 보도했으며 2면에는 화보와 함께 김대통령이 김위원장을 만찬에 초대한 사실까지 자세히 소개.

○…두 정상의 공동선언 사실이 알려지자 평양 시민들은 “조국 통일이 눈앞에 보인다”며 반가워했다. 기자단 안내원인 고영수씨(46)는 “북남 공동선언이 조국 통일을 앞당기는 전환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은 (김정일)장군님의 결단에 환성을 지르고 있다”고 설명. 고씨는 또 “우리는 장군님이 수표(서명)하시면 온 인민이 따른다”면서 “남쪽에서도 합의대로 성실히 이행해 달라”고 주장.

이들 안내원들은 14일 밤늦게까지 기다리다 정상회담 합의문을 남측 기자들로부터 구해 읽어보며 “서로 자기 입장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대해 전 인민이 환영할 것”이라고 설명.

김위원장은 이어 김대통령이 만찬용으로 서울에서 가져온 문배주를 가리키며 “이게 남쪽에서 제일 유명한 술이라면서요”라고 물은 뒤 “문배술은 주왕산 물로 만들어야 진짜”라고 남한 민속주에 대한 견식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측이 준비한 남한 궁중음식에 대해서는 “궁중음식이라면서 왜 아직도 놋그릇을 사용하느냐”고 이여사에게 묻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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