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민두기 서울대명예교수 별세…中國史의 독보적 존재

  • 입력 2000년 5월 8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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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민두기(閔斗基)서울대명예교수는 7일 새벽 이같은 말을 유언처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가족들은 민교수의 직계 제자들에게만 소식을 알렸고 언론에도 알리지 않았다. 7, 8일 빈소는 주로 가족 친지들이 지켰고 8일 밤이 돼서야 뒤늦게 소식을 들은 제자들과 학계 인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언론 역시 8일에야 부음을 들었다. 고인은 이처럼 학자로서 고고한 삶을 살다간 것이었다.

고인은 한국 동양사학계의 상징이었다. 특히 중국사에 관한 한 독보적인 존재였다. 실력으로도 그렇고, 그를 거쳐간 제자들의 면면을 보아도 그렇다.

학문적으로도 그는 높게 평가받았다. 그의 덕분에 한국의 중국사 연구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89년 고인이 제자들과 함께 강좌용으로 만든 7권짜리 중국사 개설서 ‘강좌중국사’는 단일학과 동문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제자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동양사학의 총통’. 학문적 태도나 후학 양성에서 그만큼 엄격했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학문이 아닌 다른 분야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면 추호도 용납하지 않았다.

고인은 1997년 서울대에서 정년퇴직한 후에도 학문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5·4운동 80주년 학술세미나에 참석했을 정도. 끝까지 학자로서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유족은 부인 박임정씨와 아들 경무씨(회사원)가 있다. 발인은 9일 오전 6시 삼성서울병원. 02-3410-6911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