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체포작전' 실패까지]한나라당 人海戰術에 두손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코멘트
‘정형근(鄭亨根) 체포작전’에 실패한 검찰은 12일 오전 크게 술렁였다. 간부들은 ‘체포조’의 잘못에 대해 언성을 높였고 일선 검사와 직원들도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오후 10시 10분경 정의원의 귀가와 함께 시작된 작전은 ‘기습’으로 시작됐지만 정의원이 “집에 같이 들어가 체포서를 확인하고 응하겠다”며 집앞에서의 체포를 일단 면한 후 안방에 숨어버리면서 일찌감치 실패를 예고했다. 이후 한나라당측과 검찰 사이에 3시간여에 걸친 지루한 대치가 이어졌다.

오후 11시반. 1차 체포시도가 시작됐다. 정의원의 전화를 받고 몰려든 한나라당 의원과 당관계자 30여명의 위세에 눌려있던 수사관 5명이 “이제 법을 집행하겠다”며 현관에 들어섰다. 진입을 막으려는 한나라당측과의 심한 몸싸움이 한동안 계속됐다. 수사관들은 ‘인해전술’에 밀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12일 0시 50분. 기세가 오른 정의원이 안방 창문 커튼을 열고 여유 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과 대화를 하는 사이 수사관들은 마당 한가운데 웅크려 휴대전화로 ‘지원군’을 요청했다. 이들은 다른 수사관들에게 일일이 정의원 집의 위치를 설명해야 했다. 검찰은 정의원의 집도 공식적으로 확인해 두지 않고 있었던 것.

오전 1시20분에는 정복을 입은 경찰관 100여명이 정의원 집 대문을 둘러싸고 대문 바로 앞에 검은 승용차 한대가 서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서울지검 공안부 박준선(朴俊宣)검사는 현관에서 “나는 검사다. 법 집행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현관 앞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다시 벌어졌다.

오전 1시45분. 박검사는 수뇌부의 협상지시를 받고 “정의원을 설득하겠다”며 나머지 수사관들을 철수시킨 뒤 집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1시 50분. 대문을 둘러싼 정복 경찰관들이 줄지어 사라졌고 8분뒤 검사와 수사진이 집밖에서 나왔다. 조상수(趙祥洙)검사는 ‘골목 브리핑’에서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이 오전 9시 정의원의 자진 출두를 약속해 철수한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12일 오후 3시.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국민뿐만 아니라 검찰내부에서도 조롱거리가 된 정의원 체포 실패의 책임을 물어 수사책임자 경질을 발표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