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역사 '국도극장' 작년말 철거…서울시 '문화재지정' 빈축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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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한국영화의 대표적 개봉관이었던서울 중구 을지로 4가 ‘국도극장’이 지난해말 소리소문 없이 철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재 극장터 위에는 국도 주차장이 들어서 있으며 20층짜리 오피스텔이 이 자리에 연내 착공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국도극장의 철거가 지난해 9월말 이미 시작됐는데도 지난해 10월 4일 국도극장에 대해 재개발을 금지하고 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뒤늦게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국도극장은 대리석으로 지어진 궁전풍 공연장으로 1935년 재건축됐던 당시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돼 왔던 건물이어서 보존가치가 높은 영화관으로 꼽혀왔다.

이 극장은 1907년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가 들어선 뒤 단성사, 장안사, 연흥사, 우미관 등 줄을 잇던 극장 설립 붐을 타고 1913년 ‘황금관’으로 개관됐다. 처음에는 일본인 전용상영관이었으나 1948년 ‘국도극장’으로 이름이 바뀐 뒤 한국영화의 본산 역할을 해 왔다.

‘성춘향’ ‘미워도 다시 한 번’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 ‘영자의 전성시대’ 등 한국영화 대표작이 대부분 국도극장을 거쳐 갔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는 종로권의 극장들과 복합상영관에 밀려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했으며 97년 ‘쇼킹 아시아’ 상영 이후로는 극장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였다.

조희문 상명대교수(한국영화사 전공)는 “영화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해도 건물의 역사성,미관,대중적 공간으로서의 극장의 의미를 봤을 때 기념관으로 보존되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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