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마당의 멋 살린 가족쉼터 역삼동「하늘마당」

  • 입력 1997년 10월 20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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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건축에는 마당이라는 공간이 있다. 마당은 벽이나 담으로 구획되어 만들어지며 구획을 위한 건축적 요소 외에는 별다른 인위적 요소가 없어 그 공간은 비어 있다고 보아도 옳을 듯하다. 빈 캔버스가 항상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듯이 비어 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래서 우리의 마당은 무언가로 꽉 채워진 서양의 정원과는 구별된다. 비워져 있는 것 같은 마당은 보는 이에 따라 천의 얼굴을 갖는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 마당과 마당의 표정에서 감정을 배웠다. 시시로 변하며 찾아드는 마당의 햇빛과 그림자, 이곳을 찾는 바람 그리고 눈과 비…. 관조자는 그 속에서 따뜻함과 차가움, 밝음과 어두움, 삭막함과 포근함 등 온갖 감정을 느끼고 배운다. 그 곳을 대하고 있으면 때로는 갖가지 상념이 떠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서울 역삼동 「하늘마당」의 부지는 삼면이 골목길을 끼고 있는 서울 강남의 평범한 주거지에 위치하고 있다. 건축주의 요구조건은 다른 다가구주택과 대동소이했으나 주택에서 땅을 밟고 생활해오던 건축주가 땅과 접한 1층을 떠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건축주의 1층 거주를 검토해 보았으나 이 경우 공용면적으로 인한 주거공간의 협소, 프라이버시문제 그리고 공간구성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궁리 끝에 건축주의 주거는 최상층인 3층으로 올리고 1층에 김장독을 묻을 수 있는 작은 정원을 마련하며 3층의 거실과 안방 사이에 하늘이 보이는 작은 쌈지마당을 두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 마당에는 일반 발코니와 달리 빗물이 떨어지고 눈이 쌓이며 밤이면 하늘의 별과 달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집의 이름을 「하늘마당」이라 지었다. 모든 가구는 같은 공간형식과 면적을 배분하기보다 가구마다 빛과 바람의 균등한 배분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이를 위해 각 층의 조건과 특성에 맞게 빛과 바람의 분배를 적절히 할 수 있는 건축적 요소들을 사용했으며 이런 요소들이 세대간의 상대적인 장점들로 부각되도록 설계했다. 특히 지하부분은 지하마당과 광정을 두어 다른 층과는 비슷한 양의 빛과 바람을 가지면서도 오히려 다른 층에는 없는 독립적인 마당을 갖게 됐다. 대문을 들어서서 반층쯤 오르면 나타나는 1층의 맞물린 복도 그리고 폐쇄된 듯하나 결코 폐쇄되지 않은 계단은 이 집의 숨통이며 도시인에게 이웃을 느끼게 하는 장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 방철린 (인·토건축 대표) ▼약력 △한양대 건축공학과 졸 △한양대 건축학부 출강 △한국건축가협회 이사 △대한건축사협회 편찬위원장 △한국건축가협회 작품상 수상 02―555―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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