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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실외 금연존 10만곳… 갈곳 잃은 흡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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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실외 금연존 10만곳… 갈곳 잃은 흡연자

조건희기자 , 김하경기자 입력 2018-01-12 03:00수정 2018-01-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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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군구 229곳 금연구역 분석 11일 낮 12시 서울 중구 을지로 삼성빌딩과 금세기빌딩 샛길은 식사하러 나온 회사원들로 붐볐다. 삼성빌딩 옆문으로부터 20걸음 떨어진 30m² 남짓한 공간에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은 회사원 10여 명이 모여 담배를 물고 있었다. 이곳은 반경 100m 내에서 유일하게 흡연이 허용된 ‘흡연섬’이다. 중구가 금연거리로 정한 을지로와 남대문로9길, 반경 10m가 금연구역인 지하도·어린이집 출입구에서 절묘하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회사원 김모 씨(32)는 “몇 차례 과태료를 문 뒤 간신히 찾은 금쪽같은 장소”라고 말했다.

○ 실외 금연구역 10만 곳 돌파

1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실외 금연구역은 지난해 6월 기준 10만1591곳에 이른다. 1995년 9월 금연구역 제도가 도입된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실외 금연구역이 10만 곳을 넘었다. 실내 금연구역(128만3848곳)보다는 훨씬 적지만 증가율은 가파르다. 전년 대비 실내 금연구역은 4.1% 늘어난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12.2% 늘었다. 내년 1월부터 전국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건물 주변 10m 내에서도 흡연이 금지돼 실외 금연구역은 더 확대된다.


금연구역은 크게 실내와 실외로 나뉜다. 실내 금연구역은 학교와 음식점, PC방 등 국민건강증진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지정된다.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지정한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지하철역 출입구나 버스 정류장 인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주요 보행로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담배 냄새를 못 참겠다”는 비흡연자의 민원이 잦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전국 시군구 229곳의 실내외 금연구역 138만5439곳을 면적으로 나눈 결과 km²당 금연구역이 가장 많은 곳은 부산 중구(1302곳)였다. 이어 서울 중구(927곳)와 대구 중구(796곳) 등 주로 도심 지역이었다. 기자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서울시청까지 500m를 걷는 동안 지나친 금연구역은 모두 19곳에 달했다. 반면 경남 밀양시(3.7곳)나 제주 서귀포시(1.4곳), 강원 평창군(0.7곳) 등에서는 금연구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외 금연구역만을 놓고 보면 지자체 간 격차가 더 크다.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지자체 자율로 정하기 때문이다. 대전은 실외 금연구역이 36곳으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인구가 150만 명 안팎으로 비슷한 광주는 이보다 53배 많은 1934곳을 실외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 누더기 금연구역이 오히려 갈등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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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실외 금연구역이 지정된 지역에서는 오히려 비흡연자가 많이 오가는 보행로가 흡연자들의 ‘핫스폿’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D타워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건물 사이의 종로3길이 대표적이다. 11일 오후 이곳에는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회사원이 끊이지 않았다. 보행자가 옆을 지나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손으로 연기를 쫓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애초 이 지역 회사원들의 ‘흡연구역’이었던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이 2년 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같은 시간 ‘금연구역’ 현수막이 내걸린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을 오가는 보행자는 종로3길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흡연자인 오모 씨(36)는 “나도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지만 금연구역을 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담배를 물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금연구역을 정할 때 대형건물 입주자의 입김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차도나 사유지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 사적 157호인 서울 중구 환구단(조선 고종 때 제단) 터로 들어가는 프레지던트호텔 옆 골목길은 공유지여서 금연구역이지만 환구단 터를 품고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뒤편은 사유지로 흡연이 자유롭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아무런 원칙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흡연자들은 거리 흡연시설(흡연부스)을 늘려 달라고 호소한다. 정부가 담배에 적잖은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면서 흡연부스 설치에 너무 인색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흡연부스는 40곳이다. 반면 서울의 금연구역은 25만4797곳이다.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는 “주변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부스만 충분하다면 나머지 실외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흡연부스 확대에 난색을 표한다. 흡연부스는 환기시설을 갖춰도 담배 냄새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또 다른 민원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부스를 설치해도 간접흡연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설치를 권고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외 금연구역이 많다지만 반대로 보면 그 외의 지역에선 전부 흡연이 가능하다”며 “흡연 공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실외 금연존#흡연자#금연#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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