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욱’하고 무기력증-우울증 호소… 나도 화병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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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환자 크게 늘어

“화가 가라앉고 나면 후회스럽지만 ‘욱’ 하는 순간에는 감정 조절이 잘 안 된다.”

자영업자 박모 씨(32)는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내는 성격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지인이 약속 시간에 늦거나, 일이 조금만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욕설을 하며 분노를 터뜨린다. 화가 가라앉지 않아 밤잠을 설친 적도 있다. 박 씨는 “이런 성격 탓인지 일할 의욕도 없고 쉽게 우울해진다”고 토로했다.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고,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홧김에 살인을 저지른 ‘분노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화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화를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화병’으로 진단한다. 이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다. 초기엔 답답함을 호소하지만 점차 무기력증, 잦은 분노,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화병은 원래 중년 여성에게 많지만 최근에는 젊은 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화병 환자는 2859명으로 2011년(1867명)보다 53.1% 늘었다. 같은 기간 20, 30대 남성 환자는 387명에서 846명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강동경희대한방병원 김종우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물질 만능주의, 빈부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이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화병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한약과 침 치료를 병행한다. 증상이 어느 정도 나아지면 환자 스스로 화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이나 환경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화가 나는 상황에 처하면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당시 상황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화로 자신의 쌓인 감정을 털어놓는 게 좋다. 혼자 속으로 참는다고 화병이 낫는 것이 아닌 데다 참기만 하면 자칫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다. 또 걷기, 산책 등 운동이나 명상으로 평소 신체 컨디션과 감정을 유지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대안을 가지고 화가 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용하는 것이 좋다”며 “스트레스가 없는데도 답답함 소화장애 두통 등 화병 증상이 2주 이상 반복될 때에는 전문가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무기력증#우울증#화병#화병 자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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