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서 본 肝청소법 따라했다가 병원 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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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판치는 얼치기 건강정보

회사원 류제철 씨(42)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본 ‘간 청소법’을 따라했다가 낭패를 봤다. 금식한 상태에서 올리브유와 오렌지주스를 혼합해 마시고, 다음 날 소금물을 마시면 간에 있는 담석과 노폐물이 변을 통해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위와 장이 약했던 류 씨는 이를 따라하다 며칠간 설사를 해 병원 신세를 졌다.

요즘 페이스북에선 일본 의사 곤도 마코토(近藤誠) 씨의 책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 인기다. 책엔 △암은 절제하지 않아야 낫고 △항암제는 대부분 효과가 없으며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특히 암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도발적인 주장도 있다. 이 글은 1만2000명이 ‘공유하기’를 눌렀다.

이처럼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의료·건강 관련 정보가 많이 올라온다. 트위터에서는 ‘붕붕드링크 봇’이라는 계정이 화제다. 이 계정에서는 각종 음료와 비타민제 등을 섞어 다양한 ‘에너지 드링크’를 만드는 법이 연이어 소개된다. 예컨대 레모나, 컨디션, 우루사 등을 섞어 만든 음료가 기력과 스태미나에 얼마나 좋은지를 ‘별 다섯 개’ 만점으로 평가한다. 이 페이지에는 트윗 2만6000여 건이 남겨져 있다.

전문가들은 SNS에 오르는 검증되지 않은 의료·건강 정보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따라하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정호 충북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SNS에서 유행하는 간 청소법으로 담석이 나올 확률은 거의 없다”고 했다. 담석은 간이 아니라 담낭과 담도에 생기는데, 담도는 지름이 2mm도 안돼 담석이 대변으로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책 ‘…47가지 방법’에 대해 조경희 대한의학회 안전정보위원장은 “암을 절대 치료하지 말라는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 현대 과학의 성과를 무시한 주장”이라며 “환자마다 상태가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NS 정보가 인터넷 정보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지인이 올린 정보이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SNS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는 수용성이 강하다. 네이버 ‘지식인’처럼, SNS에서도 의학정보에 대해 누리꾼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는 식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SNS#건강정보#간 청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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