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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컬처]속 시원한 ‘사이다녀’부터 흙수저 인생까지… 신데렐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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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컬처]속 시원한 ‘사이다녀’부터 흙수저 인생까지… 신데렐라는 없다

조윤경 기자 , 김민 기자 입력 2017-12-27 03:00수정 2017-12-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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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
올해를 주름잡은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 왼쪽 사진부터 KBS ‘아버지가 이상해’의 변혜영(이유리), tvN ‘도깨비’의 지은탁(김고은), KBS ‘황금빛 내 인생’의 서지안(신혜선), tvN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인희(원미 경). 동아일보DB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실은 여자의 적으로 살아온 거 아닌가요?”(tvN ‘비밀의 숲’ 한여진)

“오늘부터 1일 하죠. 아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네, 아니요’로 빨리 말해요. 아∼ 나 진짜!”(KBS2 ‘마녀의 법정’ 마이듬)

남자보다 멋진 여자들의 멘트에 에이전트28(조윤경)의 동공이 수차례 흔들렸다. ‘나쁜 놈’ 때려잡겠다고 강력계에 지원해 ‘여자는 ○○하다’란 정의에 발끈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으며 진실을 밝혀낸 ‘비밀의 숲’ 한여진(배두나).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랑도 사건도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간 ‘마녀의 법정’ 마이듬(정려원)까지. 누군가가 구해주거나 먼저 안아주길 기다렸던 여주인공이 달라졌다. 에이전트28은 에이전트0(김민)과 함께 올 한 해 지구인들을 설레게 한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 사이다 뛰어넘은 ‘회초리녀’ vs 티 없이 순수한 ‘빨강머리 앤’


▽에이전트28=
2017년엔 나의 일과 감정을 앞세운 적극적인 여성들이 환영받았군. 과거 MBC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이유리)은 ‘사이다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인공 못잖은 인기를 누렸어. 착한 여주인공이 답답했거든. 올해는 ‘아버지가 이상해’의 주인공 중 하나였던 변혜영(이유리)이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꾸짖어 ‘회초리녀’라는 반응까지 나왔지.

▽에이전트0=‘마녀의 법정’의 마이듬이 그런 면에서 독특해. 아예 처음부터 “나는 약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일한다!”고 주장하잖아. 착하고 순진하기만 했던 여주인공들과 달리 대놓고 스스로의 성공을 소중히 여기고 그 가운데서 약자를 보듬게 되는 과정이 신선했어.

▽에이전트28=정반대 캐릭터로 사랑받은 주인공도 있긴 해. tvN ‘도깨비’에서 지은탁(김고은)은 한없이 해맑고 긍정적인 여고생이었잖아. 순수함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빨강머리 앤’과 ‘신데렐라’를 결합한 캐릭터랄까.

▽에이전트0=요즘 달라진 건 그런 순수하고 어린 캐릭터에 불쾌함을 느끼는 시청자도 생겼다는 거야. 가수 아이유가 tvN ‘나의 아저씨’에 출연한다고 하자 줄거리도 나오기 전에 “또 4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로맨스냐”며 논란이 됐잖아. 순진한 여성 캐릭터의 인기는 페미니즘의 반대급부로 생겨난 ‘키다리 아저씨 판타지’로 보는 의견도 있어.

○ 흙수저로, 엄마로 살아남기


▽에이전트0=‘흙수저+청년+여성’ 조합도 눈에 띄어. 드라마 ‘쌈, 마이웨이’나 ‘황금빛 내 인생’의 여주인공들은 가진 것 없는 사회 초년생이야.

▽에이전트28=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속 신데렐라가 사라졌다”고 말했어. 실현 불가능한 일에 환상을 갖기조차 힘들단 거야. 백마 탄 재벌 2세가 나타나 부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는 이제 설득력이 떨어졌다고.

▽에이전트0=
난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장나라의 엄마 고은숙(김미경)의 높은 비중도 반가웠어. 딸과 엄마 사이의 특별한 관계를 잘 그려서 ‘보고 나면 친정 엄마에게 전화하는 드라마’라는 얘기까지 나왔잖아.

▽에이전트28=
노희경 작가는 “엄마를 위한, 엄마에 대한 드라마가 없다”고 말했지. 기존 엄마들은 주인공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거나 곁에서 조언하는 일종의 플롯을 위한 장치에 불과했으니까.

▽에이전트0=
SBS 예능 ‘미운우리새끼’에서도 어머니들이 ‘모(母)벤저스’ 열풍을 만들었지. 가족에 대한 애정 후회 걱정 애증과 같은 보편적 정서를 터치한 것이 사랑받은 이유일 거야.

○ 여성들의 목소리는 더 다양해질 것


▽에이전트28=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페미니즘’을 꼽았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우버 내 성희롱을 폭로한 수전 파울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지. 파울러의 용감한 고발은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을 촉발시켰어. 영미권에서도 여성성이 이슈로 떠오른 거야.

▽에이전트0=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여성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정체성을 발견한 결과인지도 몰라. 남성과 가정을 꾸려야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고 중심에 서면서 그 이미지도 더 다양해질 수 있었던 거야.

▽에이전트28=
공희정 평론가는 “당분간은 여성이 중심이 된 이야기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 내년엔 어떤 여성 캐릭터들이 또 나올지 기대가 되는군.(다음 화에 계속)
 
조윤경 yunique@donga.com·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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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녀의 법정#여성 캐릭터#아버지가 이상해#신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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