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즐거운데… 강렬한 ‘한방’이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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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유난히 큰 코 때문에 외모콤플렉스를 겪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 ‘시라노’. CJ E&M 제공
유난히 큰 코 때문에 외모콤플렉스를 겪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 ‘시라노’. CJ E&M 제공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맨오브라만차, 모차르트….’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성공한 라이선스 뮤지컬의 공통점 중 하나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의 독보적인 존재감이다. 뮤지컬 관객 대다수가 20, 30대 여성이란 점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탠다.

7일 국내 초연된 뮤지컬 ‘시라노’는 그 나름대로 흥행법칙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1막부터 커튼콜까지 주인공 시라노가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을 주도적으로 이끈다. 시라노 역은 실력과 티켓파워를 두루 갖춘 류정한, 홍광호, 김동완이 꿰찼다. 하지만 러닝 타임 내내 강렬한 ‘한 방’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특히 1막에선 시라노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장면이 남발돼 산만하고 장황하단 느낌을 준다.

타고난 글쟁이인 시라노는 길고 뾰족한 흉측한 코를 지닌 인물이다. 아름다운 여인 록산을 짝사랑하지만 외모 콤플렉스 탓에 고백은커녕 늘 그림자처럼 그녀의 곁을 맴돈다. 그 대신 잘생겼지만 글재주가 부족한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록산을 향한 연애편지를 대필하며 두 연인의 사랑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1막이 희극이라면 2막은 비극이다. 1막에선 시라노를 다소 돈키호테처럼 엉뚱하면서도 코믹한 인물로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2막에선 시라노, 크리스티앙, 록산의 얽히고설킨 삶을 비극적으로 풀어나간다.

작품의 강점은 류정한, 최현주 등 주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서정적인 음악이다. 특히 시라노와 록산이 듀엣으로 부르는 ‘베르주라크의 여름’ ‘그를 부탁해요’ 등의 넘버에선 배우들의 폭발적인 성량과 아름다운 멜로디 선율이 관객의 귀를 즐겁게 만든다.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6만∼14만 원. 1588-5212 ★★★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뮤지컬 시라노#록산느#베르주라크의 여름#그를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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