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뒤 마법의 15초… 500여벌 의상 261차례 갈아입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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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리실라’ 3일 개막

뮤지컬 ‘프리실라’의 배우와 스태프는 의상과 분장이 순식간에 바뀌는 화려한 무대를 위해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호흡을 맞추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다. 주인공 틱이 케이크 분장을 한 배우들과 춤추는 모습. 페테르 크눗손 스웨덴 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프리실라’의 배우와 스태프는 의상과 분장이 순식간에 바뀌는 화려한 무대를 위해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호흡을 맞추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다. 주인공 틱이 케이크 분장을 한 배우들과 춤추는 모습. 페테르 크눗손 스웨덴 프로덕션 제공
“누군가 놓고 간 케이크, 내가 가져갈 순 없어. 너무 오래 걸렸거든. 문제는 조리법을 잊어버린 나∼. 오 노∼.”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프리실라’ 연습이 한창인 6월 2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도나 서머의 ‘맥아더 파크’ 노래에 맞춰 6명의 초록색 컵케이크 분장을 한 배우들이 투명 우산을 든 채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반짝이는 초록빛 잠옷을 입은 이주광(틱 역)은 쉴 새 없이 점프를 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3만 개가 설치된 8.5t 버스 ‘프리실라’는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터지며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배우가 쓰는 눈화장 된 마스크는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다. 틱 역의 마이클 리.
배우가 쓰는 눈화장 된 마스크는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다. 틱 역의 마이클 리.
3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은 동성애자인 틱(마리클 리, 이지훈 이주광)이 별거 중인 아내와 한 번도 본 적 없는 8세 아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틱은 아내가 일하는 호텔에서 쇼를 하기 위해 트랜스젠더인 버나뎃(조성하 고영빈 김다현), 동성애자 아담(조권 김호영 유승엽)과 함께 ‘프리실라’를 타고 간다.

성 소수자가 주인공이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는 이야기와 가족애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어 2006년 호주에서 초연됐다. ‘이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트루 컬러스(True colours)’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등 귀에 익숙한 흥겨운 팝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기도 하다.

압권은 화려한 무대. 천연색으로 가득 찬 만화가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다. 500여 벌의 의상을 261번 갈아입고, 100여 개의 가발과 200여 개의 머리장식이 등장한다. 리지 가드너 의상디자이너가 “가죽, 금속, 시폰, 타조 깃털 등 지상의 모든 소재를 사용했다”고 말할 정도다. 토니상 의상상을 받았다.

배우의 얼굴 본을 떠 만든 마스크에 색조화장을 한 후 눈썹을 붙이는 모습. 설앤컴퍼니 제공
배우의 얼굴 본을 떠 만든 마스크에 색조화장을 한 후 눈썹을 붙이는 모습. 설앤컴퍼니 제공
‘프리실라’는 배우들의 의상과 가발, 심지어 분장까지 순식간에 바꾸는 백스테이지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의상 전환에 걸리는 시간은 단 15초. 눈 깜짝할 사이에 눈화장까지 바뀐다. 이를 가능하게 한 ‘비밀병기’는 바로 마스크. 배우의 얼굴을 일일이 본을 떠, 눈 부위만을 오려내 120여 개를 만들었다. 플라모델을 만들 때 쓰는 물감으로 색조를 표현하고 속눈썹과 반짝이를 붙였다. 마스크에는 고무줄이 붙어 있어 물안경처럼 쓰고 벗을 수 있다.

이날 분장실 바닥과 테이블은 제작 중인 마스크로 꽉 차 있었다. 색조를 넣은 마스크와 아직 피부색 그대로인 마스크가 줄지어 있었다. 채송화 메이크업 디자인 실장은 “마스크는 배우별로 평균 4, 5개 정도, 많게는 9개까지 사용한다”며 “스태프 10명이 하루 10시간씩 매달려 두 달 동안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스태프는 무대 뒤에서 마스크와 가발, 의상을 들고 서 있다가 배우가 무대 뒤로 퇴장하는 동시에 바로 갈아입힌다. 마스크를 먼저 쓰고 부피가 큰 가발을 써야지, 그 반대가 되면 시간 내에 변신하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다. 신동원 설앤컴퍼니 공연제작팀장은 “카레이싱에서 순식간에 자동차 바퀴를 갈아 끼우는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고 했다. 입술에 붙인 ‘반짝이’는 테이프로 ‘악’ 소리 나게 바로 떼어낸다. 7월 3일∼9월 28일 서울 LG아트센터. 5만∼13만 원. 1577-336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프리실라#동성애자#틱#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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