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학계, 동북공정식 역사인식 심화… 고구려사 연구 논문 확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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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동북공정 이후…’
中 정부 연구비 지원 확대 영향… 중견 학자들 대거 포진해 연구 주도
“여전히 중국 중심사관에 갇혀 있어”

중국의 동북공정 5개년 사업은 2007년 ‘형식적으로’ 종료됐다. 하지만 중국의 고구려 역사 연구는 현재까지 오히려 확대되고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도형)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북공정 이후 중국의 고구려사(史) 연구 동향’(역사공간)을 출간했다. 김현숙 동북아재단 한중관계연구소장은 책에서 “중국 학계의 ‘포스트 동북공정’ 연구는 동북공정식 역사인식을 변함없이 견지하며 보완·심화 단계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는 양부터 엄청나다.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끝난 뒤인 2007년 2월부터 2015년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 논저는 모두 512편에 이른다. 단행본만 27권에다 박사논문 14편, 석사논문 44편, 학술지 논문 427편이다. 김 소장은 “동북공정 종료 이후 연구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는 중국정부의 연구비 지원 확대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지린(吉林)성 사회과학원이 기금을 관리하며 고구려 연구를 주도하고, 학술지 ‘동북사지(東北史地)’도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통화사범학원과 동북사범대 역사문화학원, 지린대 동북아연구중심, 연변대 등도 활발하다. 김 소장은 “전략적 분업이 이뤄진 것처럼 실력 있는 중견 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논리 보완이 필요했던 주제의 연구를 주도하며 후진 양성도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때문에 갈수록 연구 내용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되고 있다. 조영광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는 “중국에서 ‘고구려사 연구의 2.5∼3세대’로 불리는 젊은 학자들은 연구 주제도 다양하고 실증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지녔다”며 “국내 학계에선 생소하지만 중국 민족학 인구학 등에서 드러났던 특유의 방법론을 잘 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심각한 건 이런 연구들의 전체적 흐름이 이전 동북공정식 인식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고구려 대외관계사 연구는 고구려와 중국 왕조를 아예 하나의 나라, 즉 일국(一國) 관계로 전제했다. 이준성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는 “조공이나 책봉을 지역질서의 수단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는 연구조차도 동아시아 세계의 성립과 발전을 오직 한화(漢化)로만 설명하는 중국 중심사관에 갇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명 사학자인 거자오광(葛兆光) 푸단(復旦)대 교수가 “중국이 상상의 정치 공동체인지, 자기 동일성을 지닌 역사적 단위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일부 학자들의 연구 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문헌사료와 사학사 연구를 분석한 이정빈 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동북공정 시기 중국학자들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도 중국 문헌과 비교해 고구려본기의 사료적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동북아역사재단#동북공정식 역사인식#고구려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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