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미술은 곧 철학… 한국 미술엔 메시지 없어 공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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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철학사 1, 2, 3/이광래 지음/1권 992쪽, 2권 832쪽, 3권 832쪽/각 2만8000원·미메시스
‘미술 철학사’ 펴낸 이광래 강원대 명예교수

‘미술 철학사’는 편집 기간을 포함해 총 9년이 걸린 노작(勞作)이다. 이광래 교수는 “오랫동안 책을 준비하다 보니 후반부를 쓸 때는 처음 계획한 관점이 흔들릴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했다. 이광래 교수 제공
‘미술 철학사’는 편집 기간을 포함해 총 9년이 걸린 노작(勞作)이다. 이광래 교수는 “오랫동안 책을 준비하다 보니 후반부를 쓸 때는 처음 계획한 관점이 흔들릴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했다. 이광래 교수 제공
3권으로 구성된 ‘미술 철학사’는 벽돌 3장을 쌓아놓은 듯한 묵직함으로 압도한다. 저자인 이광래 강원대 명예교수(68)는 2007년부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집필만 7년 남짓 걸렸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그날 쓴 원고량을 달력에 기록했다. 200자 원고지로 8400장의 원고를 썼다.

이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미지와 문자의 차이가 있을 뿐 미술은 철학의 다른 이름이다. 국내에 미술학도가 넘치지만 세계적인 아티스트는 없는 것을 철학의 빈곤 때문으로 봤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미셸 푸코’(1989년) ‘프랑스 철학사’(1993년) 등을 낸 프랑스 철학 전문가인데 어떻게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나.

“대학(고려대 철학과) 때부터 헌책방을 다니면서 화집을 수집할 만큼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프랑스 철학을 공부하며 관심이 더 깊어졌다. 사실 20세기 현대 철학자는 다 미술 철학자다.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질 들뢰즈,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미술 관련 책을 한두 권씩은 썼다.”

―다른 미술서와 차이점이 있다면….

“작품과 작가를 연대기적으로 따르는 미술서가 많다. 그러나 나는 미술사를 포함한 역사가 시간 기록일 뿐 아니라 공간의 기록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당대의 정치, 경제, 과학과 종교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을 시도했다.”

―고대나 중세가 아닌 르네상스 시대 작품부터 다뤘다.

“언제부터 미술가들이 철학적 고뇌를 표현하기 시작했나를 기준으로 삼았다. 르네상스 이전 미술은 절대 권력자의 명령에 따라 기술적으로 뛰어나게 그렸을 뿐 철학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 이후 미술사에서 살아남은 작품은 결국 철학적 반성의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미술은 아쉽다. 기예는 뛰어나지만 스토리, 메시지가 없어 공허한 작품이 많다.”

―책을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책에 넣을 작품 이미지를 구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원래 1500개 정도 작품을 넣을 생각이었는데 저작권 문제 때문에 절반 이상 포기했다. 그래서 출판사와 트러블도 많았다. 그렇게 줄였는데도 저작권료만 5000만 원 가까이 들었다고 한다.”

―혹시, 현재 준비 중인 책이 또 있나.

“물론. 난 10년, 20년 동안 쓸 원고를 미리 준비한다. 글을 시작할 때 목차까지 완성해 놓고 월 계획표를 짜며 글을 쓴다. 지금은 미술과 문학의 통섭을 다룬 3권짜리 책을 4년째 쓰고 있는데, 5월쯤 탈고할 예정이다. 한국 미술에 대한 책도 쓰고 싶다. 내 아내는 나더러 글쓰기 강박증에 걸렸다고 하더라.”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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