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긴자 시계탑… 시계 박물관… 도쿄 곳곳에 세이코의 발자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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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코 역사와 도쿄

간토대지진 이후 1932년 새로 지어져 현재까지 운영중인 긴자의 세이코 시계탑. 세이코 제공
간토대지진 이후 1932년 새로 지어져 현재까지 운영중인 긴자의 세이코 시계탑. 세이코 제공
도쿄 명품 쇼핑의 1번지로 꼽히는 긴자(銀座)에 가면 시계탑이 우뚝 서있는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세이코그룹이 소유한 와코 백화점의 ‘세이코 시계탑’이다. 7층짜리 건물 옥상에 있는 이 시계탑은 매시 정각마다 긴자 거리를 향해 종을 울린다. 1932년 세워져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현재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의해 움직인다. 시계탑의 4개면은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다. 도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긴자에서 세이코의 영향력과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다.

1881년 핫토리 긴타로가 도쿄 중심부에 시계 판매·수리점을 연 것이 세이코의 시초다. 핫토리 창업주는 처음엔 벽시계와 회중시계를 수입해 팔았지만 1892년 세이코샤(精工舍) 공장을 짓고 벽시계 제작을 시작했다. 1913년 손목시계인 ‘로렐’을 만들면서 시계 제조사로 자기매김한다. 세이코샤는 정확한 집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유래한 브랜드명 세이코는 정확성, 정밀성을 강조한 이름인 셈이다.

세이코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된 데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회사 건물과 세이코샤 공장이 모두 무너지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세이코는 이때 고장난 시계를 새 것으로 바꿔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핫토리 창업주는 신문에 “지진 때문에 시계가 파손됐다면 새 것으로 무상 교체해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
1907년 당시 있었던 세이코 시계탑.
1907년 당시 있었던 세이코 시계탑.

도쿄에서 사업을 시작한 만큼 도시 곳곳에선 세이코의 철학과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그 중 한 곳이 시계탑이 있는 와코 백화점이다. 오래된 건물답게 매우 협소한 이 백화점은 소수의 최고급 명품 브랜드만 입점해 있다. 특이한 점은 세이코그룹 산하 백화점임에도 세이코, 그랜드세이코뿐 아니라 피아제, 오메가, 위블로 등 스위스 시계도 팔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이코 관계자는 “핫토리 창업주가 시계 수입부터 사업을 시작했던 전통을 여전히 잇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동부를 흐르는 스미다(隅田)천 근처의 세이코 박물관도 가볼만하다. 1981년 세이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이 박물관에는 세이코 브랜드뿐 아니라 시계 역사 전반을 알 수 있는 전시품들이 가득하다.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기계식 벽시계 ‘와도케이(和時計)’, 1899년 세이코가 만든 첫 알람시계, 1913년 탄생한 첫 손목시계 로렐 등이 눈길을 끈다.
1913년 나온 일본 최초의 손목시계 ‘로렐’.
1913년 나온 일본 최초의 손목시계 ‘로렐’.


세이코는 1964년 도쿄올림픽을 시작으로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적 스포츠경기대회 공식 타임키퍼를 맡은 바 있다. 세이코 박물관에서는 시간 계측에 쓰이는 육상 스타팅블럭, 수영장 터치패드 등을 직접 만지고 작동해볼 수도 있다. 3차원(3D) 안경을 끼고 손목시계 부품을 분해해볼 수 있는 체험시설도 마련됐다. 시계 부품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부품의 작동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망 명소로 떠오른 도쿄 스카이트리 근처에 있어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광코스에 넣어 볼만한 곳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도쿄=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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