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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익 교수 “냉전의 역사, 가족안에까지 스민 인간사로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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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익 교수 “냉전의 역사, 가족안에까지 스민 인간사로 접근”

동아일보입력 2013-06-19 03:00수정 2013-06-1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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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냉전’ 국내 번역판 낸 권헌익 英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권헌익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 석좌교수는 인류학자로는 드물게 전쟁사 연구에 천착해왔다. 그는 “6·25전쟁 이후 경북 예천과 안동에서 가족과 이웃이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 화해해온 모습을 분석해 내년에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베트남과 제주 현지조사를 하니 냉전은 국제관계라는 거시적 차원을 넘어 가족 안에까지 침투해 있었습니다. 냉전사를 인간의 경험 차원에서 접근하고 싶었어요. 일종의 실험이죠.”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 권헌익 석좌교수(51·사회인류학)의 저서 ‘또 하나의 냉전’(사진)이 최근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권 교수가 2010년 영문으로 출간한 책으로, 이번에 국내에 번역됐다.

권 교수는 베트남전쟁 때 학살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일상문화에 주목한 저서 ‘학살, 그 이후’로 2007년 세계 인류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기어츠상을 수상했고 베트남전쟁의 끝나지 않은 후유증을 기록한 ‘베트남전쟁의 영혼’으로 2009년 인류학계의 또 다른 영예인 조지카힌상을 받았다. 신간 ‘또 하나의 냉전’에서는 베를린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로 냉전이 종식됐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여전히 일부 지역의 마을과 친족 안에서 냉전은 끝나지 않은 고통으로 남아 있음을 인류학적으로 살폈다.

서울대 초빙교수로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강의하는 권 교수를 17일 만났다. 그는 “서구에서 냉전이 ‘오랜 평화’이자 ‘상상의 전쟁’이었다면 한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선 가족과 이웃의 목숨이 걸린 폭력적 전쟁이었다”며 “‘또 하나의 냉전’이라고 명명한 현대사는 한국인에겐 너무나 익숙한 비극의 역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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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베트남과 제주에서 여러 차례 현지연구를 하며 한 마을이 좌우로 나뉘어 이웃과 친족끼리 서로 고발하고 학살한 역사의 흔적을 살폈다. ‘저쪽 편’에 가담한 혈육은 사후 가족이나 공동체의 제사에서마저 배제됐다. 그는 이런 현실을 관찰하는 게 인류학자로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감독이 만든 ‘가족의 나라’라는 영화 제목이 적절한 표현입니다. 가족 안에까지 국가 간의 알력이 들어와 있는 거죠.”

권 교수는 2월 정병호 한양대 교수와 함께 펴낸 ‘극장국가 북한’(창비)에서 북한이 3대째 권력 세습을 이뤄낸 비결을 극장국가(화려한 의례와 공연을 통해 지도자의 정치적 권위를 유지하는 국가) 개념으로 풀이한 바 있다.

최근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을 제안했다가 무산시킨 것도 극장국가적 전략으로 볼 수 있을까. “북한은 주적을 남한이 아닌 미국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6·25전쟁의 상대였던 남한을 미국의 종속국 취급하고, 미사일을 쏘고 핵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자국을 미국과 동격으로 여기는 것이죠. 그러니 남한과 ‘격’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대구 출신인 권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 2학년 때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대 정치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딱딱한 정치학 안에서는 사람 사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꿔 케임브리지대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권 교수는 “앞으로 일본, 중국, 그리고 북한에서 세월이 흐르면서 6·25전쟁에 대한 인식과 의미가 변화해온 양상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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