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책읽기]힘없는 노인들, 惡에 총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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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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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김수진 기자
여든한 살의 노인이 아내를 죽게 만든 망나니 세 명에게 복수하는 방법.

우선 양로원에 들어갈 것. 바쁘고 행복한 모습으로 주목을 받을 것. 복수계획을 털어놓고 지지를 얻을 것. 최고령 정예 살인조직을 만들 것. 양로원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할 것. 글록 9mm 자동권총을 구입할 것. 타깃을 정하고 ‘집행’할 것. 마지막으로 일이 끝나면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올 것. 누가 쇠약한 노인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겠는가.

캐나다 출신의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소설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원제 Punch Line)를 펴냈습니다. ‘수도원’이라는 이름의 양로원에 사는 무료한 노인들이 주인공입니다. 어느 날 이들은 ‘수도원 집행위원회’를 조직하고 ‘세계의 선을 파괴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장면이 언뜻 보면 참 웃깁니다. 그러나 함부로 깔깔깔 웃을 수 없는 쌉쌀한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힘없는 노인들이 사회정화 활동에 나선다는 풍자 속에 ‘나이 듦’과 ‘소외’ ‘죽음’에 대한 성찰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고령화에 접어든 우리 사회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지음. 김이선 옮김. 작가정신)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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