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총수입 20만8000원… 3년째 매달 1만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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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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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보다 빛나는 차보석 할머니

20대 때 사고로 한팔 잃고도
마음만은 어느 부자 못잖아

차보석 할머니가 1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집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할머니는 매달 1만 원을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차보석 할머니가 1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집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할머니는 매달 1만 원을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지난겨울에 난방비가 모자라서 딱 한 달 기부금을 못 냈어요. 그게 아직도 제일 마음에 걸리네요.” 차보석 씨(77)의 한 달 총수입은 20만8000원이다. 20대 때 다니던 공장에서 기계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받는 장애연금 12만 원과 노령연금 8만8000원이 전부다. 얼마 안 되는 수입이지만 할머니는 3년째 매달 1만 원을 저소득층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기부 욕심’만큼은 어느 부자 못지않은 셈.

차 씨는 2007년 우연히 TV에서 부모 없이 파지를 주우며 살아가는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을 보고 기부를 처음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그 아이 얼굴이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아이 얼굴과 함께 할머니 마음속에 묻은 4남매의 얼굴도 하나하나 떠올랐다.

차 씨는 29세 때 서울 영등포 피혁공장에서 일하던 중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한쪽 팔 없이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남편과 함께 열심히 4남매를 키웠다. 길거리에서 두부도 팔고 신문도 배달하며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못해준 게 많았다. 학교 공납금은 항상 밀렸고 도시락 반찬도 변변치 못했다. 한창 예민하던 시기, 가정형편을 부끄러워하던 큰아들은 결국 집을 나갔고, 외동딸은 고교시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갑상샘에 문제가 있다던 막내아들은 군에서 의가사제대를 한 뒤 아직 완치가 되지 않았다. 차 씨는 8년 전 남편을 보내고 홀로 됐지만 ‘살아 있는’ 아들만 셋이어서 기초생활수급도 받지 못한다.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도 지난해 9월부터 받고 있다. 교회 지인의 도움으로 기거하고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5평 남짓한 방도 다음 달이면 비워줘야 하는 신세다.

평소 방에 불도 잘 켜지 않는 ‘짠순이’이지만 기부에서만큼은 ‘통이 큰’ 차 할머니. 그동안 입에 풀칠하기도 바빠 자식들에게는 한 번도 못 보여 준 ‘교육열’을 다른 아이들에게 쓰기로 한 것이다. 차 씨는 지난해 12월 한 차례만 빼고 최근 3년 동안 매달 1만 원씩을 저소득층 아이들 교육 지원사업을 하는 CJ도너스캠프로 보냈다. 지금까지 차 씨가 기부한 돈은 38만 원. 적은 돈이지만 전국의 저소득층 아이 760여 명을 위한 공부방 재원의 밀알이 됐다. “지금 나에게 1만 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자라나는 아이 한 명이 그 돈으로 따뜻한 밥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내겐 충분합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나윤석 인턴기자 서강대 국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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