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축구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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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30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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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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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시리아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이 끝나고 나서다. 1-0 승리 후 믹스트존을 통과하던 한국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지금 같이 경기를 하면 그 어떤 감독이 와도 문제는 많이 생긴다. 대표팀 수준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상기된 얼굴의 주장 기성용이 토해낸 말이다.

이 말을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궁금하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역시 주장답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오죽했으면….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은 정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한 구자철의 말도 비슷한 맥락이리라.

그 직전 서울월드컵경기장 기자회견장으로 양국 사령탑이 차례로 들어섰다. 먼저 아이만 알하킴 시리아 감독. “경기 내용을 보면 마땅히 비겨야 했다.” 이 말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역시 궁금하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공감한다! 7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전으로 인해 이번 최종예선에서도 홈경기를 중립경기로 치르고 있는 시리아다. 사실상 ‘유랑극단’이다.

뒤이어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이 입장해 여러 말을 쏟아냈다. 그 중 유독 이 말이 귀에 들어왔다. “과거에는 전술변화가 없다고 비난 받았는데, (전술변화를 시도한) 지금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온 것 같다.” 이 말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역시 궁금하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답답했구나!

그런데 한 가지 보태고 싶다. 사실 기자들도, 팬들도 ‘괜히 어려운’ 전술을 들먹이고 싶진 않을 듯싶다. 감독이 ‘어떤’ 전술을 ‘왜’ 쓰는지가 궁금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기력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 또한 납득할 만한 경기력을 내기 위해 전술을 준비하고 활용하는 것 아닐까?

남자대표팀의 다음 최종예선 경기는 6월 13일 카타르 원정이다.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사이에도 한국축구는 바쁘다. 여자대표팀은 4월 평양을 찾는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5월 손님을 맞는다. 그 2개월여 동안 28일 밤의 아쉬움은 잊혀질지도 모른다.

‘불변의 가치나 진리는 없다’고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우리가 변하는 동안 그들도 변한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뒤로 혹은 앞으로. 시나브로 변하는 세계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고민해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

28일 밤 한국축구를 보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쳤다. 세상사? 역시 쉽지 않다. 축구?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더라. 슈틸리케? 속 편할 리 없다. 대한축구협회? 고민 많을 것이다. 축구팬? 속 터진다.

혼자 가면 빨리 간다. 그런데 외롭다. 함께 가면 멀리 간다. 그리고 즐겁다. 6월 한국축구가 뒤가 아닌 앞에 서 있으려면? ‘노력’해야 한다. ‘함께’ 가야 한다. 귀 열고, 눈 뜨고,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기를 바란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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