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숨은 선수’도 춤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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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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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윤성효 감독-“실수 괜찮다, 책임은 내가…”이현진-하강진 활약 이끌어
제주 박경훈 감독-“장점 더 발전시키는 데 집중”만년 하위권서 탈출 1위 돌풍

■ K리그 판도 바꾼 新리더십

윤성효 수원 감독(왼쪽 사진)과 박경훈 제주 감독은 칭찬에 일가견이 있다. 단점보다 장점을 부각하는 이들의 칭찬 리더십은 패배주의에 빠진 팀(수원)을 환골탈태시키고 만년 하위팀(제주)을 강팀으로 바꿨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사진 제공 제주 유나이티드
윤성효 수원 감독(왼쪽 사진)과 박경훈 제주 감독은 칭찬에 일가견이 있다. 단점보다 장점을 부각하는 이들의 칭찬 리더십은 패배주의에 빠진 팀(수원)을 환골탈태시키고 만년 하위팀(제주)을 강팀으로 바꿨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사진 제공 제주 유나이티드
윤성효 감독(48)이 차범근 감독 후임으로 7월 초 프로축구 명문 수원 삼성을 맡았을 때 팀은 K리그 꼴찌였다. 1무 7패로 정규리그에서 8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했다. 윤 감독은 팀의 부진 이유를 실력이나 전술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로 봤다. 자꾸 지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니 선수들이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

마음의 병에 걸린 선수들에게 윤 감독이 내린 처방은 칭찬이었다. 처방은 정확했고 효과는 빨랐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니 팀은 패배를 몰랐다. 4일 수원은 강원 FC와의 K리그 방문경기에서 2-1로 이기고 7월 18일 대구 FC전부터 시작된 연속 무패 기록을 9경기(7승 2무)로 늘렸다. 순위는 어느새 6위까지 올라왔다. 전반기엔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해졌다.

만년 하위권에 있다가 올 시즌 강팀으로 탈바꿈한 제주 유나이티드. 시즌 초반부터 시작된 돌풍이 그칠 줄 모른다. 제주는 4일 울산 현대를 안방에서 2-1로 꺾고 사흘 만에 정규리그 1위에 복귀했다. 올 시즌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박경훈 감독(49) 리더십의 핵심 역시 칭찬이다.

윤 감독은 선수 전체를 불러 모은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칭찬을 많이 한다. 못한 부분보다 장점을 부각한다. 측면 공격수 이현진은 올해 프로 6년차. 윤 감독 부임 전까지 5년 반 동안 3골 2도움이 고작이었다. 연습 때는 잘해도 실전에선 실력이 안 나왔다. 윤 감독은 “현진이는 스피드가 빠르니까 그걸 살리는 플레이를 해라. 실수할까 두려워 마라. 모든 책임은 출전시킨 내가 진다”고 격려했다. 이현진은 윤 감독 부임 후에만 3골을 넣었다.

믿음은 경험 없는 어린 선수들도 주전급으로 바꿔 놓았다. 요즘 수원의 주전 골키퍼는 프로 1년차인 하강진.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윤 감독은 이운재, 김대환, 박호진 등 쟁쟁한 선배들 대신 과감하게 하강진을 기용했고 그는 감독의 기대와 믿음에 부응했다. 하강진이 최근 7경기 주전으로 나서는 동안 팀은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박 감독도 선수의 장점을 부각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프로 선수라면 이미 성장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단점을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장점은 더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구자철은 “장점에 대해 항상 칭찬을 들으니 어느 순간부터 볼을 잡으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실수에 대해선 거의 지적하지 않는다. “경기 도중 잘못은 선수 스스로 먼저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체대 윤영길 교수(스포츠 심리학)는 “지적과 비판보다 칭찬이 선수들의 행동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 이유는 선수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칭찬 분위기가 형성되면 선수단 사이에 ‘팀 전체가 잘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집단 무의식을 심어주지만 너무 잦은 칭찬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하는 면도 있기 때문에 때로 따끔한 비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마치고 3년 만에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를 맡은 허정무 감독은 4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복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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