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발부터 군사대국 노골화하는 아베 정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전반적인 일본 사회의 우경화(右傾化) 바람을 타고 3년 3개월 만에 재집권한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리가 군사대국화의 날카로운 발톱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26일 취임한 아베 총리는 첫 조치로 국가 방위의 기본 방침을 담은 방위계획대강의 대폭적인 수정을 지시했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고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겠다는 중의원 선거공약을 실현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자국이 적의 침략을 받을 경우 발동할 수 있는 자위권 외에는 일체의 무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했다. 그리고 이 정신이 평화헌법에 반영됐다. 일본은 공해상에서 미국 함선이 공격받을 때 나서거나,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등 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지만 재무장의 길을 트려는 뻔한 노림수다. 극우진영의 요구에 아베 정권이 편승해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일차적인 목표는 군사적 팽창에 나서고 있는 중국이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일본 남부 해역인 난세이 제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정상국가가 돼야겠다는 논리다. 아베 총리가 내년 1월 방미(訪美)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해를 구할 계산이겠지만 미국은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움직임은 불안정한 동북아 지역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고 궁극적으로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다.

식민지배의 아픈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서도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다.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 행사의 정부 주관을 미루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유보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독도영유권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일본을 되찾겠다’며 아베 총리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 역시 미래로 나아가려는 의지보다는 과거 회귀의 성격이 강하다.

내달 4일 박근혜 당선인의 아베 총리 특사 접견은 향후 한일관계의 기조를 결정할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극도로 냉각된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한중일 협력을 원한다면 아베 총리는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간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동북아의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해법이다.
#아베#우경화#자민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