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심과 민심 왜곡” 김한길 측 주장 일리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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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표 후보 김한길 의원은 지난달 20일 울산을 시작으로 전북까지 13곳(수도권 3곳 제외)의 당 지역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지역순회 경선투표에서 이해찬 의원에게 9승 4패로 앞섰다. ‘이해찬-박지원 담합’에 당심(黨心)이 비판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승부는 모바일 투표에서 뒤집혔다. 이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 참여한 친노(親盧) 성향 단체들의 지지 덕에 최종집계 0.5%포인트 차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김 후보는 경선이 끝난 뒤 “당심과 민심이 왜곡된 결과를 우려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팬 카페(미권스) 회원이 16만 명 정도라는 정봉주 전 의원은 이번 대표 경선에서 중립 의사를 밝혔지만 이 후보 측은 “미권스 카페에선 이 후보 지지가 많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의 표심은 과잉 대표되고 장노년층 표심은 과소 대표되는 세대 간 표심의 불균형이 문제로 드러났다.

이 점은 새누리당도 참고할 만하다. 새누리당은 당 대선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 친박(친박근혜) 측과 비박(非朴) 측이 충돌하고 있다. 비박 측이 요구하는 이른바 완전국민경선제가 기존 경선 방식보다 실제로 완성도가 더 높은 방식인지 양측이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경선처럼 조직 동원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이해찬 새 대표는 종북(從北)주의 논란에 대해 ‘신(新)매카시즘’이라고 반격해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을 보여줘 판세를 뒤집었다고 주장했지만 그러한 해석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 민주당 원로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민주당은 최근 종북 논란에서 균형을 잃었다. 종북주의에 분명한 선을 긋고 북한 인권에 대한 시각을 밝혔어야 한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일부 언론이 색깔론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경선 승리를 위해 국민 편가르기에 열심인 쪽은 자신이었다.

그는 새누리당을 겨냥해 “대한민국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까지 자격심사를 하겠다고 공격하고 있다. 독재자 히틀러의 발상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이 대표의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지만 국정 논의의 파트너를 히틀러에 비유하는 것도 온당한 언사는 아니다.

이제 당 대표가 된 만큼 언행에 진중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가 지향하는 정치가 어떤 것이건 모든 국민이 동의하고, 언론이 다 박수칠 수는 없다. 이 대표는 비판자들을 향해 독재자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 독재적이고 독선적이지 않은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정치인은 국민 앞에서 온화한 모습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습관적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독한 말을 쏟아내면 부덕(不德)한 정치인이란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김한길#이해찬#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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