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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45>성공 아닌 삶의 자세를 배우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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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45>성공 아닌 삶의 자세를 배우게 하세요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입력 2018-01-10 03:00수정 2018-0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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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왜 공부를 해야 할까?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나는 종종 아이들에게 공부가 왜 필요한 것 같으냐고 묻는다. 가장 많은 대답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요”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한 가지를 더 묻는다. “훌륭한 사람들 중에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있지만 공부를 많이 한다고 꼭 훌륭한 사람이 될까?”

다음으로 많은 아이들의 대답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요”이다. 이번에는 “그렇기는 한데, 엄청난 부자들 중에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어. 공부를 잘해야 할 수 있는 직업 중에는 돈을 많이 못 버는 직업도 많아.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꼭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야”라고 얘기해준다.

어떤 아이들은 “좋은 대학 가려고요.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을 가고 행복하잖아요”라고도 대답한다. 나는 그럴 때 “일리가 있는 말이야. 그런데, 공부를 잘한다고 꼭 행복한 것도 아닌 것 같지?”라고 말한다. 여기까지 말하면 아이들은 따지듯이 묻는다. “그러면 공부를 왜 하는 거예요?”

아마 이러한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은 거의 부모들이 가르쳐준 답일 것이다. 이 대답들이 모두 맞지 않다면 우리는 도대체 아이에게 왜 공부를 시키는 것일까?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두뇌발달을 위해서다. 공부는 성적이 좋든 나쁘든 뭔가를 이해하고 배워가는 과정에서 뇌를 발달시킨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성장이 멈출 때까지 뇌를 발달시켜야 하는데, 학교 공부가 그 수단이다. 과목이 다양한 이유도 뇌를 골고루 발달시키기 위해서다. 모든 아이가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은 배워야 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입시나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마저 공부의 원래 목적을 잃어버린 것 같다. 교육의 마지막 목표가 ‘대학입시’인 것처럼 군다. 아이들은 골고루 배워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상식을 얻어야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런 것들을 깊이 있게 가르쳐야 하는데,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두 번째 이유는 끈기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다. 즉 삶을 사는 자세를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부는 지루하고 힘들다. 이것을 참아내야 하는 이유는 인생에서 어려움이 닥쳐도 참고 끝까지 해내는 끈기를 기르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아이가 공부가 힘들다고 할 때 해줘야 할 말은 “너는 지금 힘든 일을 참아내는 훈련을 하는 중이야”이다. 아이가 성적과 무관하게 그 과정을 잘 견뎌낸다면 그 아이는 공부를 제대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꼴찌를 해도 밤새 앉아서 열심히 공부할 줄 아는 아이가 마지막에는 성공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두뇌를 발달시켰으며, 끈기와 인내심이라는 자세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얻기 위해서다. 아이는 공부를 하면서 ‘내가 이만큼 할 줄 아네’, 혹은 ‘내가 생각한 것이 맞구나’ 하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얻는다. 이것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교육은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을 실패자, 못하는 사람 취급한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돼?’ 하면서 점점 자신감을 잃기 쉽다. 나는 최소한 부모만이라도 그런 식의 평가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 문제없는데 학업 성취도가 유독 낮은 아이들이 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부모들은 처음 몇 년간 더 많이 가르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러다 그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포기한다. 아이는 자신감이 더 떨어진다. 이런 아이들은 아이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계를 맞춰 그 수준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공부를 못 따라가면,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의 학습을 시켜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의 체면이 아니라 아이의 체면이다. 공부의 진정한 목적을 알려주면서 아이가 이것을 창피해하지 않고 편안히 받아들이게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 공부는 어느 수준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수준에 맞는 것을 열심히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해줘야 한다.

우리가 공부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아이가 ‘내가 이런 것을 잘하는구나. 내가 이런 것을 해낼 수 있구나’를 가르치는 것이지, ‘아무리 해도 안 돼. 너무 어려워. 나는 어려운 것은 못하는 사람이야’는 아니다. 자꾸만 다그치게 되는 겨울방학,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삶의 자세#끈기#인내심#아이는 왜 공부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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