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당 ‘박근혜와 絶緣’ 진정한 쇄신의 시작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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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어제 윤리위원회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중진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당규에는 일반 당원이 탈당을 거부하면 열흘 뒤 자동 제명되는 것으로 돼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당내 반발을 감안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한 차례 더 논의한 뒤 출당(黜黨)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두 현역 의원의 경우에도 의원총회에서 재적 3분의 2 동의가 필요해 제명 절차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의 탈당은 우리 정치사에 흔히 있었지만 공당이 징계절차를 거쳐 사실상 강제 출당 조처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한국당의 결정은 박 전 대통령이 4월 기소되면서 당원권이 자동정지된 지 6개월여 만이다. ‘탈(脫)박근혜’를 천명했으면서도 이렇게 늦어진 것은 만만찮은 박근혜 동정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내년 지방선거는 고사하고 당장 회생 자체도 어렵다는 절박감이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絶緣)으로 내몰았다.

이번 조치는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에겐 복당의 명분을 주면서 한국당 의석수를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바른정당 잔류파와 국민의당의 통합 논의가 가속화돼 정치권 이합집산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의원 몇 명 늘리기 위한 것에 그치고 만다면 한국당은 결코 위기의 터널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한국당은 그동안 ‘보수의 적통’을 내세우며 환골탈태의 각오를 수없이 밝혔지만 정작 바뀐 것이라곤 눈 씻고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8월엔 당 혁신위가 ‘신(新)보수주의’를 지향하는 이념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천명했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정부여당에 대한 반대만 외치며 국회 보이콧이나 했을 뿐 정책적 대안 하나 내놓은 게 없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새로운 다짐,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 없이는 여전히 ‘국정농단의 공범 세력’으로 남을 뿐이다. 무엇보다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서 안보와 민생을 선도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당내 계파갈등의 주범을 과감히 가려내고 젊은 인재를 대거 수혈해야 한다. 그런 뼈를 깎는 쇄신 없이는 한국당이 아무리 신(新)자 몇 개를 앞세워 ‘새 보수’를 내세운다 해도 국민의 눈엔 ‘헌 보수’로만 보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서청원#최경환#박근혜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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