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 원하면 전쟁 준비하라’ 격언 무겁게 되새길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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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태양절(김일성 생일·15일)이 가까워지면서 ‘4월 한반도 위기설’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대북 선제타격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거듭 밝힌 데 이어 미사일 발사 땐 요격미사일로 격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동맹국에 통보한 것으로 어제 전해졌다. 미 의회에선 북한 정권 교체를 뜻하는 ‘포스트 김정은’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선 “시리아보다 한반도가 더 위험하다”는 ‘북폭(北爆) 불가피론’도 나왔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는 보이지 않고, 정치권은 국민 불안감을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쌍끌이 도발’에 나설 징후가 명확해지거나 감행할 경우 미국은 선제타격이든 미사일 요격이든 군사적 대응조치로 나설 태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본능적’ 의사 결정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무모한 모험주의가 맞부딪치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크다.

우리 대선 후보들도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가 ‘탄핵’에서 ‘안보’로 급변하는 조짐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어제 긴급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한반도에서 또 다시 참화가 벌어진다면 저부터 총을 들고 나설 것”이라고 했다. 북에 대해서도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안보위기설이 나올 때마다 보수 정권의 ‘안보 불안 부추기기’라고 비판해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 선제타격에 반대하는 문 후보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선제타격은 결코 안 된다’는 메시지는 미국의 대북 억제전략에 김을 빼는 것인 데다 북한도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원내 5당 대선 후보와 대표가 참여하는 긴급비상안보회의를 개최하자는 문 후보의 제안이 아무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대응도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는 전쟁 위기설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괴담 진화에만 주력하고 있다. 대북 선제타격은 전쟁 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최후의 선택지이고 그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북한의 무모한 도발 앞에 이런 선택지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옛 로마 격언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대북 선제타격#북한 6차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북한 태양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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