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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스웨덴 총리 “복지는 통장잔액 보며 해야… 과도한 연금땐 재정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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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스웨덴 총리 “복지는 통장잔액 보며 해야… 과도한 연금땐 재정 타격”

이샘물 기자 , 허문명오피니언팀장 입력 2014-12-08 03:00수정 2014-12-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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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예란 페르손 스웨덴 前총리 《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총리로 재임하면서 스웨덴의 복지 틀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유럽연합(EU) 의장국 대표 자격으로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하기도 했으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연이어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정계에서 은퇴한 뒤 스칸디나비안 바이오가스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스웨덴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회사 등을 한국에 알리고 협업할 것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왔다고 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도 차례로 만났다. 》           
지난달 방한했던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보스 기질이 강한 정치인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타협과 협상을 중시하는 스웨덴 정치문화에서 그는 재임기간 ‘튀는 정치인’으로도 회자가 됐다. 정치철학이나 복지철학을 묻는 2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 질문마다 진지한 답을 궁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박 시장과는 무슨 얘기를 나눴나.

“환경 이야기도 많이 나눴지만 박 시장이 복지문제에 대해서도 토론하고 싶어 했다.”

―지금 스웨덴의 녹색산업 현황은….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기존보다 에너지를 10배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전지 개발에도 많은 저항과 실수가 있었지만 과거보다 2배 용량의 배터리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집 자체 내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돼 전기를 공급받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고 본다. 한국은 인구가 조밀하고 기술 수준도 높기 때문에 에너지 시스템을 빨리 개조하는 데 유리하다. 많은 사람이 아직은 녹색산업이 성장동력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석유 사용을 멈추면 경제가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초반 대화는 스웨덴의 에너지 정책과 녹색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로부터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스웨덴도 겪었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의 해법이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런 주제들로 넘어갔다.

침몰선 인양 포기 결정 3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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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한국은 올해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스웨덴도 1994년 에스토니아호가 침몰해 800명이 넘는 스웨덴인이 희생됐다고 들었다. 한국은 곧 배 인양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텐데, 스웨덴은 배를 인양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


“내가 조언을 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상황이 같을 수도 없고 한국 상황에 대해 자세히 모르기 때문이다. (잠시 침묵 후) 에스토니아호 침몰은 우리에겐 너무 끔찍한 재앙이었다. 결국 인양 포기 결정을 내리기까지 3년이 걸렸다. 정말 복잡한 과정이었다. 총리 재임 10년 동안 그 참사와 함께 살았다고 보면 된다. 모든 과정에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지만 너무 많은 사람의 개인적인 비극과 연관돼 있었던 일이어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유족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고 전문가들 의견을 중시하는 원칙을 지켰다. 인양 포기 결정은 그 결과물이었다.”

―큰 재앙 앞에서 정치권은 무얼 해야 하나.


“무조건 ‘들어라(Listen), 들어라’이다. 그런 다음 행동하라(take action). 다만, 서두르지 말고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알다시피 의견들은 늘 분열돼 있다. 그렇다고 상황에 휘둘리라는 말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을 조망하면서 결론을 어떻게 이끌고 가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할 것이라는 자기 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있어야 의견이 다른 남을 설득할 수 있다.”

귀를 열고 무조건 먼저 들어라


―20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유족은 배를 인양하자고 주장한다던데 맞나.


“그렇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항상 반대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시 제일 어려웠던 점은….


“(표정이 약간 일그러지면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아직도 우리는 너무 슬프다.


“100% 이해한다. 아마 몇십 년 동안 지속될 거다.”

―생각지도 못한 재앙이 닥쳐 당혹스럽지는 않았나.


“예측하지 못했던 일을 감당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와 정치인의 의무이자 숙명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몇 가지 중요한 덕목이 있다. 첫째, 기본 가치를 설정하는 일이다. 그래야 자기 확신이 생긴다. 만약 그 가치에 진실하다면 두 번째 단계는 ‘소통’이다. 정치인은 선출된 리더이기 때문에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심지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닥쳐도 망설이지 말고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소통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지금 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정치지도자인) 나의 책임이며 나는 당신(국민)들을 모시기(serve you) 위해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게 정치인이 상황을 보는 방식이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정치인은 길거리에서, 심지어 집안에 있을 때조차 뭔가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직업이다. 다음번에 말해야지 하면 이미 늦는다. 지금 해야 한다. ‘기다리면 늦는다.’ 이 말은 고르바초프가 했다. 그의 말에 동감한다.”

―당신은 그렇게 소통을 강조한 정치인이었지만 결국 2006년 선거에서 졌다. 당신이 이끌던 사민당 패배의 장본인 아니었나. 당시 실패는 소통의 실패였나.


“변화할 시간이 온 거였다. 민주주의는 항상 변화의 시점이 있다. 나는 10년 동안 총리였는데 유권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상황에 놓이면 다른 것을 시도하는 데 따르는 위험이 적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8년 전엔 사민당이 졌지만 올해 선거에선 다시 우리 당이 이겼다. 또다시 변화한 거다. 사실 10년 이상을 집권하는 세력은 매우 소수다.”

대화를 복지 이야기로 옮겼다.

저출산이 모든 문제의 근원


―1995∼1999년 스웨덴 복지 개혁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총리 취임 전에는 재무장관으로 일하면서 국가채무를 청산하지 못하면 복지와 경제에 미래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선 당신의 복지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


“첫째, 통장의 잔액을 보라는 거다. 한마디로 재정에 대한 고려다. 이는 고통스럽지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지출이 크면 줄여야 한다. 간단하다. 정부나 집안 살림이나 다를 게 없다. 복지와 세금 인상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사실 경제만큼 쉬운 게 없다. 정치편향적인 경제학자들에 의해 경제가 파괴된 게 문제다. 복지는 통장 잔액을 들여다보며 계속 다수(majority)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늘리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유권자들과 소통하며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인의 책무다.”

그가 잠시 말을 끊더니 물을 한 컵 들이켠 뒤 다시 이었다.

“두 번째 짚고 싶은 것은 향후 닥칠 사회구조적 변화를 직시하라는 거다. 바로 남녀가 함께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보육문제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복지란 단지 돈을 나눠주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에 남녀 모두를 어떻게 참여시키느냐, 보육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줄여주느냐 이런 큰 틀에서 다뤄져야 한다.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많은 나라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아기들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거다. 10년, 20년 뒤까지는 어떻게 버틸 수 있겠지만 30년 뒤는 아니다. 나이든 세대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가 계속 줄고 있다. 아무리 좋은 연금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연금의 재원 자체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겠는가. 일본을 보라. 중국도 빠르게 나이 들고 있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건 우리의 존재를 이어주고 더 나아가 경제 발전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인구 재생산을 위한 출산율은 1.95는 되어야 한다(한국은 1.2). 스웨덴은 그 정도 된다. 복지 문제를 생각할 때 항상 인구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지금 인구학적 이슈가 핵심적인 문제다.”

―한국은 지금 공무원연금 개혁이 화두다. 1999년 스웨덴 연금 개혁을 주도했는데….


“연금만큼 계산하기 쉬운 것이 없다. 은퇴하는 사람들 수를 잡아낼 수 있고 지금 경제활동인구가 얼마인지도 알아낼 수 있다. 우리도 한때 무조건 일정액의 연금을 보장했다. 하지만 결국 재정에 타격이 왔다. 사람들은 모두 연금이 높아져야 한다고 하지만 그러려면 누군가가 그걸 부담해야 한다. 이걸 푸는 과정이야말로 고도의 정치적 과정이다.”

―지금 스웨덴의 고민은 뭔가.


“역시 연금 문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 연금이 충분히 높지 않다는 불만족이 많다. 복지 효율성 문제도 큰 문제다. 공공병원이나 학교의 효율화를 위해 민영화를 했는데 늘 성공적이진 않았다. 경쟁에 따른 효율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익 창출 동기가 너무 강력한 동력이 돼 버린 부분도 있었다.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늘 고민이다. 해고되거나 병에 걸렸을 때 받는 사회보험에 대해서도 우리가 어디까지 관대할 수 있느냐도 아직 이슈다. 너무 혜택이 많으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유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권’ 개념 몰랐던 김정일


―2001년엔 북한도 방문했었는데….


“평양에 3, 4일 정도 머물면서 김정일하고도 단독으로 만나 서너 시간 대화했다. 핵 프로그램, 군대 문제, 국경 갈등 등 많은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단 하나, 인권에 대해서만은 토론할 수 없었다. 그는 ‘인권’이란 게 뭘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통역이 있었지만 영어를 알아듣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북한 개방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었는데…. 한반도에서 남북이 합치면 완벽한 조합(perfect match)이 될 것이다.”

―밖에서 보는 한국은 어떤 이미지인가.


“‘성숙한 작은 거인(mature small giant)’이다.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하면서 이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장기간 성숙이 지속될 수는 없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치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만큼 지적(知的)인 분야도 없다. 현 상황을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사람들 의견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고, 경제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정치는 결국 복잡한 상황을 운영하는 리더십에 관한 것이다. 어려울 땐 ‘어렵다’ 말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한편 도움을 청해야 한다. 또 거듭 말하지만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대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메시지를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정치권은 난데없이 문고리권력의 국정농단 의혹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페르손 총리는 짧은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났지만 그의 말을 곱씹어 보니 얘기치 못한 위기에 직면한 대통령과 정치권이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대목이 많았다.

허문명 angelhuh@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복지#예산#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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