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 첫 ‘수능 연기’ 불러온 포항 强震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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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2시 29분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작년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의 ‘9·12 강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강한 지진이다. 서울 등 전국에서 감지된 지진은 전진(前震)과 본진(本震), 여진이 이어지면서 진앙을 중심으로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내리고 유리창이 부서져 주차된 차량을 덮치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교육부는 오늘 치를 예정이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뒤인 11월 23일로 연기했다. 수능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험생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내린 힘든 결정”이라며 “집중적인 학교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대체시험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시험지 유출 우려나 대입 전형 일정을 전반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수능을 연기하기로 한 것은 행정적인 혼란이 있더라도 학생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결정이다. 이미 포항의 수능시험장 14곳에 대한 전수점검 결과, 다수의 시험장 건물에서 균열이 생겼고 예비시험장 등 다른 학교에서도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다음 날 46회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여진이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 뒤라고 해서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불안한 상태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시험장의 안전뿐 아니라 다른 돌발사태에도 대비해 교육부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수능일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해왔던 수험생들이 당황할 것은 당연하다. 교육당국은 수험생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일주일 연기된 수능을 무리 없이 치를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어제 지진이 발생한 뒤 기상청은 발생 19초 만에 조기경보를 발령하고 이어 4초 뒤 긴급재난문자를 발신했다. 정부와 민간의 초동 대처가 작년보다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얕은 진원 탓에 체감 진동이 커 공포감은 더 확산됐다. 이제 한반도에서 규모 5.0∼6.0의 지진 발생은 상수로 봐야 할 것이다.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처럼 양산단층대에서 일어났다는 잠정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단층 주변에 원전이 밀집돼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24기가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 최저 기준은 규모 6.5여서 안전에 문제가 없지만 지진 예상지역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점검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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