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게스트하우스… 유커 등치는 중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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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텔 빌려 간판도 직원도 없이 메신저로 영업
시설 엉망에 한국 이미지만 나빠져… 화재예방 등 안전장비 없어 위험
적발돼도 벌금내고 버젓이 영업

“가격이 싸 크게 기대하지 않긴 했지만 방도 춥고 너무 실망스럽네요.”

최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1번 출구 앞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던 중국인 관광객 후웨이젠 씨(24)는 불만이 가득했다. 후 씨는 3박 4일 동안 홍익대와 신촌, 이화여대 등 이 일대의 관광 명소를 둘러보기 위해 이 숙소를 잡았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타오바오’를 통해 여기를 알게 된 후 씨는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는 광고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숙박비 역시 4만 원 정도에 불과해 비교적 싼값에 괜찮은 숙소를 예약했다고 생각했지만 기대 이하의 시설에 실망이 컸던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투숙한 또 다른 중국인 관광객 훙메이 씨(21·여)도 “친구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4인실을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좁았다”라며 “광고 사진과는 너무 달랐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불법 숙박업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상당수가 허가도 없이 불법 영업을 이어 가고 있다.

기자가 찾은 홍대입구역의 한 고층 건물에는 중국인이 고시텔을 임차해 불법으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버젓이 영업하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신고하거나 관광진흥법상 호스텔업 또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지정받아야 한다. 이 업소에는 사업자등록증은 물론 변변한 사무실조차 없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와도 직원을 직접 만나기도 어렵다. 그 대신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위챗’ ‘큐큐’ 등 중국 모바일 메신저로 방 번호 등을 전달받는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이대역 근처 게스트하우스 역시 중국인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오피스텔 5개 층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받고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지난해 9월 이곳을 적발했지만 업소 측은 벌금만 낸 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업소들은 불법으로 운영되는 탓에 경찰에 적발되더라도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없다. 그 대신 공중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 원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 받게 된다. 업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화여대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가 불법이다. 다른 데도 가 보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불법 게스트하우스는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 많아 화재 등 사고가 일어나면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게스트하우스 중 방마다 화재경보기와 소화기, 대피도 등을 갖춰 놓은 곳은 거의 없었다. 숙박업소는 복도뿐 아니라 방에도 화재 예방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중국인이 운영하는 불법 게스트하우스 15곳을 적발했지만 수가 급격히 늘고 있고 비밀리에 운영되는 곳이 많아 구체적인 현황 파악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게스트하우스#유커#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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