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E급 판정 7년만에… 서대문 금화아파트 강제 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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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이슈]
43년된 노후건물… 외벽붕괴 등 사고, 70가구중 4가구 안떠나고 버텨
세월호 참사후 안전경각심 높아져, 서울시 강제이주 집행… 8월초 공사

8월 초 철거를 앞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시범아파트. 1971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붕괴 가능성이 높아져 2007년 E급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고, 7년 만에 철거가 이뤄지게 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8월 초 철거를 앞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시범아파트. 1971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붕괴 가능성이 높아져 2007년 E급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고, 7년 만에 철거가 이뤄지게 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붕괴 가능성이 높아 2007년 7월 안전진단 결과 최하위인 E급 판정을 받았던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시범아파트가 다음 달 초에 철거된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서울시가 수년째 방치돼 왔던 위험 아파트의 강제 철거를 결정한 것이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2일 “2007년 E급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금화시범아파트(3, 4동)의 철거를 다음 달 초에 실시할 예정”이라며 “강제이주 등 행정대집행을 실시해 총 70가구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4가구가 지난달 이주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E급을 받으면 조속한 거주민 이주와 철거가 진행돼야 하지만 일부 거주민의 이주 반대 등으로 사업에 진척이 없자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이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금화시범은 서울 아파트 역사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에 유입되는 인구가 늘면서 1960년대부터 곳곳에 있던 빈민촌을 헐고 서민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1, 2동은 오래전 허물어져 관련 자료를 찾기 힘들고 현재 남아있는 3, 4동은 1971년 6월 17일 준공됐다. 1970년 4월 준공 4개월 만에 마포구 창천동 와우아파트가 붕괴돼 3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불도저’란 별명을 갖고 있던 김현옥 서울시장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금화시범에 공을 들였다. “청와대에서 보이려면 높은 곳에 지어야 한다”며 언덕 꼭대기에 아파트를 세웠다는 말도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세워졌던 서민 아파트들은 ‘날림공사’가 많았다. 금화시범 또한 콘크리트 외벽이 떨어져나가고 안에 있던 철근이 흉물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이 낙하물에 맞아 부상당하는 사고까지 나자 2000년대 들어 주민들이 속속 이주했다.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후 서울시는 남은 주민들의 이주를 촉구했지만 이주 능력이 없는 주민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거주해왔다.

서울시는 금화시범의 출입구를 철문으로 막고, 주변에 원형 철조망까지 치며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붕괴가 일어날 경우 인근 주택가까지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소유자가 명령 불이행 시, 재난관리 책임기관의 장은 재난 예방을 위해서 긴급하다고 판단하면 안전조치가 가능하다’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31조(긴급안전조치)를 적용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6억2000만 원인 철거비용을 신속히 마련하기 위해 서대문구가 시의 재난관리기금을 우선 사용하고 거주자(조합)로부터 대금을 받아 추후 반납하는 방안을 이례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금화시범이 철거되면 서울의 연립주택 및 아파트 가운데 E급 재난위험시설인 곳은 1969년 준공된 성북구 정릉3동 스카이아파트(3개동)만 남는다. 2007년 E급 판정을 받은 스카이아파트 역시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있지만 여전히 2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서울시 재정비과 관계자는 “스카이아파트도 철거를 추진 중이지만 일부 거주민들이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안전을 생각해 이주민들이 조속히 이주 결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금화아파트#냉촌동#노후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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