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받고 4723억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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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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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오지마을 삼동면, 기피시설 유치후 7년… 인센티브에 함박웃음

울산 울주군 삼동면 하잠리에 이달 말 완공을 목표로 짓는 삼동면사무소.
울산 울주군 삼동면 하잠리에 이달 말 완공을 목표로 짓는 삼동면사무소.
12일 오전 울산 울주군 삼동면 삼동초등학교 앞. 3층 규모의 삼동면사무소가 이달 말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전체 주민 1969명에 면사무소 직원이 12명에 불과하지만 면사무소는 8494m²(약 2570평)의 터에 총면적 2047m²(약 619평) 규모로 건립되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인 삼동면에 ‘호화’ 면사무소가 건립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종합장사(葬事)시설(화장장)을 자발적으로 유치했기 때문.

울산시가 시설이 낡은 동구의 공설 화장장 이전을 위해 2002년부터 후보지 물색에 나섰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반대했지만 삼동면은 달랐다. 신현석 노인회장 등 마을 원로들을 중심으로 “낙후된 삼동면을 발전시키기 위해 종합장사시설을 유치하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삼동면의 보삼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1987년 작품 ‘씨받이’(강수연 주연)의 산간마을 무대가 된 곳으로 울산에서 오지 중의 오지다. 표고버섯 등을 재배하지만 수입은 변변찮은 곳이다.

주민대표들은 2003년 8월 ‘장사시설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마을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연 뒤 전체 741가구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446가구(60.2%)가 찬성했다. 주민들은 2003년 10월 면사무소 신축 등 20여 건의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울산시에 유치신청을 했다.

면사무소는 당초 울산시가 42억5000만 원으로 짓기로 했으나 울주군이 7억 원을 보탰다. 3층 가운데 1층만 면사무소로 사용하고 2, 3층에는 식당과 도서관 헬스장 노래방 등 주민 복지시설이 들어선다. 내년 1월에는 폐교된 삼동초등학교 조일분교 2만1325m²(약 6450평) 자리에 면민운동장이 세워진다. 또 16개 마을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총 200억 원이 지원된다. 도로포장, 경로당 건립 등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종합장사시설 유치에 따른 현금성 인센티브 사업비만 4723억 원에 이른다. 주민 1인당 2억4000만 원꼴이다.

당시 종합장사시설 유치를 추진하다 무산됐던 울산 북구의 한 주민은 “요즘 화장장은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어 ‘혐오시설’로 볼 수 없다”며 “산이 많은 북구의 산속에 장사시설을 유치했으면 북구의 재정자립도가 훨씬 높아졌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울산시 종합장사시설(하늘공원)은 정족산 일원의 9만8000m²(약 2만9650평)에 2012년 3월 완공 예정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 현 공정은 약 10%. 냄새와 연기 등이 전혀 없는 최첨단 화장로 14기가 갖춰진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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