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부산 베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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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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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사모 이상민 회장(오른쪽)이 한국으로 시집와 일주일 만에 남편에게 살해된 베트남 새댁 탁티황응옥 씨의 어머니 쯔엉티웃 씨와 아버지 탁상 씨에게 회원들이 모은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베사모
베사모 이상민 회장(오른쪽)이 한국으로 시집와 일주일 만에 남편에게 살해된 베트남 새댁 탁티황응옥 씨의 어머니 쯔엉티웃 씨와 아버지 탁상 씨에게 회원들이 모은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베사모
“나이든 교수님과 덩치 크고 베트남어 잘하는 교수님 너무 감사합니다. 베트남에 오시면 꼭 껀터 시 외곽에 있는 저희 집으로 한번 오십시오.” 27일 부산외국어대 베트남어과 배양수 교수에게 한 통의 e메일이 도착했다. 배 교수는 전국에서 유일한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베사모)’ 총무다. 나이든 교수는 전 부산대 교수인 베사모 이상민 회장. 이들에게 e메일을 보낸 사람은 베트남 호찌민 시 여성신문 기자인 응이아인 씨(36). 그는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진 ‘베트남 새댁’ 탁티황응옥 씨(20) 사건을 취재하려 왔던 여기자다. 베사모 회원들이 모은 성금 중 가족에게 전달하지 못한 1500여만 원을 이날 탁티황응옥 씨 가족에게 보낸 데 대해 탁티황응옥 씨의 부모가 전한 감사의 말을 응이아인 기자가 대신 보낸 것.

이 회장은 탁티황응옥 씨 사건이 이달 10일 언론에 보도되자 ‘아차’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한다. 2007년 8월 베트남인 후안마이 씨가 충남 천안의 한 지하 셋방에서 남편의 구타로 숨졌을 때 베트남 정부의 격렬한 항의와 베트남인들의 반한 감정이 극에 달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베사모도 아무 역할을 못했다. 이 교수는 11일 혼자서 시신이 안치된 부산 사하구 경희의료원 장례식으로 달려갔다. 가족이 있을 리 없었다. 가족들이 올 때까지 이 회장은 상주를 자처했다. 인터넷에는 “무섭다”거나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는 베트남 이주여성들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4일 탁티황응옥 씨 부모가 김해공항을 통해 들어오자 베트남어가 유창한 배 총무가 통역 겸 안내역할을 도맡았다. 상주 역할을 했던 이 회장은 가족들과 의논해 규모가 큰 부산의료원 장례식장으로 빈소를 옮겼다. 장례식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베사모 회원이기도 한 박수관 부산경남 베트남명예총영사가 책임지기로 했다. 정부 및 베트남 관계자, 정치인, 시민단체, 일반시민 등이 조문을 하거나 언론 취재 때도 안내와 상주역할은 어김없이 베사모 회원들이 나섰다. 회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금운동에 나서 3일 동안 1200만 원을 모아 탁티황응옥 씨의 유해가 떠나는 16일 김해공항에서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응이아인 기자는 “베트남 사람들은 피해자 가족에게 보내준 한국 독지가들의 성의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신랑에 대해서는 끝까지 재판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2002년 부산에서 발족한 베사모는 의사 변호사 교수 상공인 언론인 등 각계각층에서 참여한 1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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