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맞서 美-日-印-호주판 일대일로 나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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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 뭉쳐 대항 프로젝트 추진 “中 이익 따른 세계 리모델링 안돼”
美, 인도태평양전략 통해 견제 강화… EU-러시아서도 경계 목소리 커져
中은 네팔 水電건설 등 확장 가속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서구와 다른 가치 체계를 (유럽에) 퍼뜨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일대일로에 맞서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전시켜야 한다.”

17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회의장.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은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한 “EU의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며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푸잉(傅瑩)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외사위원회 주임 등 중국 고위 관료들이 참석한 회의장에서 “일대일로는 마르코폴로의 동방여행을 감성적으로 회상하는 것과는 다르다. 중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전면 리모델링하는 것”이라며 “자유와 민주, 인권의 기초 위에 있지 않다”고 공격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21세기 육상 해상 실크로드’다. 중앙아시아 중동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까지 철도와 항구 도로 등 기초 인프라에 투자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경제협력 계획이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군사적 팽창에 대한 우려가 있어 왔지만 중국의 면전에서 이렇게 직설적으로 일대일로를 비난한 장면은 흔치 않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EU 국가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는 물론 중국과 밀월관계라는 러시아에서도 일대일로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이 회의에서 가브리엘 장관의 주장을 지지했다. 필리프 총리는 “EU는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규칙을 중국이 정하도록 두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일대일로 협력 강화에 합의했지만 방중 당시 “일대일로가 새로운 패권의 길이 돼서는 안 된다. 일대일로상의 국가를 예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도 거론했다고 BBC 중문판이 전했다.

중국의 서쪽인 유럽이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의 남동쪽에서도 흡사한 계획이 나왔다. 호주 매체 파이낸셜리뷰는 미국 고위 관료를 인용해 “인도태평양 전략 참가국인 미국 호주 일본 인도 4개국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일대일로를 대체할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 수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거론한 일대일로 견제 구상이다. 일본은 공적개발원조를 활용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하원의원 출신의 세묜 바그다사로프 중앙아시아·중동 국가연구센터 주임은 최근 러시아 매체에 “중국이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에도 군사기지를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점점 타지키스탄을 삼키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동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국 독일 등 강대국들이 일대일로 경계에 그치지 않고 이에 대항할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추진의 필요성을 밝힌 점이 주목된다. 아시아 아프리카 전역에서 중국 대 강대국들 간의 경제·군사 패권 경쟁 격화를 예고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일대일로에 대한 공격이 서구 중심의 잣대로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려는 논리라고 비판한다.

중국은 꾸준히 일대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는 “지난해 중단됐던 25억 달러 규모의 중국 주도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한다”고 최근 밝혔다. 한국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초 방중해 한국의 신북방 신남방 정책과 일대일로를 연계한 협력 추진에 합의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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