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전 절반 설계한 웨스팅하우스 파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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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인수 11년만에 공식 신청… 창립 130년만에 해체의 길로

경영난에 빠진 도시바가 자회사인 미국 원전 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파산을 공식 신청했다. 이로써 세계 원전의 절반가량을 설계한 130년 전통의 WH는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29일 오후 도쿄(東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H가 28일(현지 시간) 미 연방 파산법 11조 적용을 신청했다”며 “(도시바 경영 위기의 주범인) 해외 원자력 사업의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WH는 1886년 미국에서 조지 웨스팅하우스 씨가 교류전기 시스템을 판매하기 위해 세운 기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자로 제조 분야에 진출해 세계적인 원자력발전 회사로 거듭났다. 전 세계에 원전 설계코드를 보유한 회사는 WH와 프랑스 아레바 단 2곳이다.

미국에서 가동하는 원전 가운데 단일 회사로는 가장 많은 49기를 건설했고, 전 세계 440여 개 원전 중 200여 곳에 원천 기술을 제공했다. 한국 첫 원전인 고리 원전 1호기가 WH의 기술 지원을 받아 1977년 준공됐고 이후 고리 2∼4호기, 한울, 한빛 원전 등에도 WH 기술이 채택됐다.

도시바는 WH의 채무를 보증하고 있어 손실 처리할 경우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1조100억 엔(약 10조1000억 원)의 적자를 낸다. 2009년 히타치제작소가 기록한 적자(7873억 엔)를 넘어 제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도시바는 2006년 WH를 인수하고 세계 원전에 공들였으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각국에서 원전 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WH는 이미 도시바에 7125억 엔(약 7조1000억 원)의 손실을 안겼으며 현재 회계부정 의혹까지 받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세종=박민우 기자
#웨스팅하우스#파산#도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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