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오바마 지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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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트럼프 격랑, 흔들리는 세계질서
정권인수 협의 백악관 회동 후 트럼프측 “월가규제법안 폐기”
한미FTA-방위분담금 등 한반도 정책도 손댈 가능성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0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주도한 도드-프랭크 법안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정권 인수를 협의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첫 회동을 가진 뒤 나온 결정이다. 트럼프 측이 정권 인수 작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오바마 레거시(유산)’ 지우기 작업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이날 홈페이지에 “도드-프랭크 법안을 폐지하고 새 법률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수팀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회사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금융규제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고, 당선 직후 대표적인 규제 법안에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공약을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내놓은 것에 비춰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밝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도 얼마든지 실제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당초 예정됐던 15분을 훌쩍 넘겨 1시간 반가량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이 나라가) 이룩한 정말 위대한 일들과 몇몇 어려운 일을 포함해 여러 상황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몇몇 어려운 일’은 오바마케어를 비롯해 이란 핵 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트럼프가 반대해 온 오바마 어젠다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더 많이 만날 것을 고대한다”고 말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 위대한 나라가 직면한 많은 이슈를 놓고 내 팀과 함께 일하는 데 관심이 있어 아주 고무됐다. 대화는 매우 훌륭했고 폭넓은 사안을 다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회동 후 의회로 건너가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를 잇달아 만나 순조로운 정권 인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을 당부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황인찬 기자
#트럼프#오바마#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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