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中-日, 中-美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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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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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갈등 ‘악화일로’… 中-美 대립 ‘없던일로’

일본의 중국어선 나포로 촉발된 양국의 갈등이 경제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다. 엔고(円高)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일본이 엔화가치 급등의 원흉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추월하면서 자존심이 상한 일본과 이를 방어하려는 중국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중-일 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치닫는 것과는 달리 연초부터 사사건건 대립하던 미국과 중국 관계는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 환율전쟁으로 비화한 중-일 갈등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이 9일 참의원에서 “최근 중국이 단기간에 많은 양의 일본 국채를 사들였다”며 “중국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의도가 명확히 밝혀지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노다 재무상은 이날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과 엔고 문제를 직접적으로 연관해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이 최근 중국이 엔화를 적극적으로 사들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엔고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했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은 2조3000억 엔 상당의 엔화 자산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지난 5년간 순매수액을 합친 것보다 6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어 노다 재무상은 “중국은 일본 국채를 매입할 수 있는데 일본은 중국 국채를 매입할 수 없다는 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며 중국 당국의 과도한 외환시장 규제를 간접적으로 꼬집었다.

일본의 이런 반응은 최근의 엔고 현상이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일본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83엔대까지 내려가면서 엔화 가치는 1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경제 문제에 관한 양국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열린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에선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이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최근 노사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일본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주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10일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댜오위(釣魚·일본명 센카쿠) 섬에서 나포한 중국 어선과 어민의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양 부장의 주중 일본대사 호출은 쑹타오(宋濤) 외교부 부부장과 후정웨(胡正躍)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에 이어 세 번째다.

○ 중-미 관계는 본격적인 화해 분위기

반면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재개 결정,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연초부터 얼어붙었던 중-미 관계는 양국 간 고위급 접촉이 잇따라 재개되는 등 해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北京)에서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만나 양국 간 교류 지속을 강조한 데 이어 로버트 아인혼 북한·이란 제재조정관은 대표단을 이끌고 13∼15일 베이징을 방문해 북한 및 이란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한다. 또 원 총리가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특히 방중이 거부됐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연내 방중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제프 모럴 국방부 대변인은 9일 “중국이 게이츠 장관을 초청할 것으로 보여 올해 안으로 (방중)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방중으로 양국이 군사 분야의 생산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의 목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중국은 올 6월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방중하고 싶다는 게이츠 장관의 의향에 대해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중-미 관계가 경색돼 있음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기에 방중이 성사된다면 이는 양국 관계 개선의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볼 수 있다고 외교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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