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펜타곤’… 전자기파 공격에도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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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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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게이츠 美국방 전용기 ‘E-4B’ 동승해보니

본보 기자와 얘기 나누는 게이츠 국방장관  한미 외교 및 국방장관 ‘2+2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방문에 나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전용기 E-4B공군기 내에 설치된 브리핑룸을 찾아 본보 하태원 특파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본보 기자와 얘기 나누는 게이츠 국방장관 한미 외교 및 국방장관 ‘2+2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방문에 나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전용기 E-4B공군기 내에 설치된 브리핑룸을 찾아 본보 하태원 특파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8일 오후 5시(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해외 순방 때 이용하는 전용기인 E-4B 공군기에 몸을 실었다. 출발안내도 없었고 별도의 수속도 없었다. 탑승 대상자가 모두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후 ‘하늘의 펜타곤’으로 불리는 전용기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의 활주로를 박차고 창공으로 올랐다. 스튜어디스 대신 취재진을 맞은 것은 현역 군인들로 구성된 승무원이었다. 청색 셔츠에 갈색 가죽장갑을 끼고 있어 좀 촌스러워 보였지만 서비스는 최고였다.

하늘의 펜타곤이라는 애칭은 워싱턴 근교 알링턴에 위치한 미 국방부 기능을 사실상 모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부여됐다. 전쟁 및 심각한 자연재해를 포함해 국가적 위급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나 지상에 위치한 지휘통제센터가 적의 공격 등으로 파괴됐을 때 전군에 전쟁수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둠스데이 플레인’(Doomsday Plane·최후의 날 비행기)이라고도 불린다. 국가비상사태 때에는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 순으로 E-4B를 지휘할 수 있다. E-4B에는 현역 공군으로 구성된 승무원 45명 안팎과 국방장관 일행 등을 포함해 최대 112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1985년부터 운항하기 시작한 E-4B는 현재 4대를 운항하며 2005년부터 업그레이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비상시 일선 군대에 작전명령을 시달해야 하는 E-4B 공군기 내부에는 완벽한 통신장비가 구축돼 있다. 정보분석 요원과 통신전문가의 탑승은 기본요건. 보잉 747-200 제트기를 군용으로 개조한 E-4B는 통신장비의 하중을 견뎌내도록 민간항공기보다 큰 엔진을 사용하며 전자기파(EMP) 폭탄 투하에 따른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항공기 외부 전체가 전파방해 코팅으로 덮여 있다. 또 몇 시간이 될지 모르는 작전상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기내에 늘 60% 정도의 연료를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장관 일행이 탑승한 전용기는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이륙한 후 7시간이 지난 시점에 알래스카 상공에서 한 차례 급유를 받았다. 두 대의 급유기가 E-4B에 28만 파운드의 연료를 급유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80분. E-4B는 전방에서 같은 속도로 비행하는 급유기에 접근해 연료주입 호스인 ‘붐(boom)’이라는 장비를 통해 이후 7시간을 비행할 연료를 공급받았다.

E-4B가 알래스카 상공에서 공중 급유를 받고 있다. 조종석 앞 유리창 너머로 급유기에서 E-4B 연료주입구를 연결하는 호스‘붐(boom)’이 보인다.
E-4B가 알래스카 상공에서 공중 급유를 받고 있다. 조종석 앞 유리창 너머로 급유기에서 E-4B 연료주입구를 연결하는 호스‘붐(boom)’이 보인다.
게이츠 장관의 전용기는 서울로 가는 비행 15시간 내내 한 차례도 불을 끄지 않았다. 상황실에는 워싱턴 현지 시간과 목적지인 서울 시간, 그리고 앞으로의 비행시간을 알리는 시계가 놓여 있었다. 게이츠 장관을 수행하는 월리스 그렉슨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마이클 시퍼 부차관보, 브라이언 애러켈리언 한국과장 등은 기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른바 ‘배틀 오피스’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 및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논의할 현안들을 점검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한미연합훈련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철저히 함구했다. 시퍼 부차관보는 “수요일이 되면 모든 것이 다 알려질 것”이라며 “잠시 참아달라”고 말했다. 제프 모렐 대변인도 이번 연합군사훈련에 미 공군 최첨단 전투기 F-22 랩터가 참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밤 12시가 넘어가면서 게이츠 장관이 잠시 눈을 붙이자 국방부 수행 당국자들도 기내 뒤편에 있는 3층짜리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청했다. 2층은 상급자인 그렉슨 차관보의 명찰이 붙어 있었고 위아래로는 모렐 대변인(부차관보급)과 시퍼 부차관보의 이름이 보였다.

E-4B기 내부에는 어지간한 기자실 부럽지 않는 브리핑룸이 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 3명씩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세 줄로 배치돼 있는 이 ‘하늘 기자실’의 정원은 18명. 이번 방한에는 동아일보를 포함해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14개사의 기자가 동행했다. 마이크가 설치된 연단이 있는 브리핑룸 전면에는 50인치가량의 대형 평면TV 두 대가 설치돼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했다.

평소 말쑥한 정장 대신 청바지에 폴로셔츠를 입고 나타난 모렐 대변인은 기자들과 자유롭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유분방하게 브리핑을 했다. 모렐 대변인은 14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라고 지칭한 것과 관련해 한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한국에서 해당 지명의 표기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사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게이츠 장관도 청바지에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기자실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해 동행한 기자들을 격려했다.

미국방장관전용기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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